좋은만남교회

완결도서 모아보기

[예수와 권세들] [수난을 넘어서] [원복]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gods_name.jpg

9장  배척을 배척하다 (1)


주님은, 주님을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고, 진심으로 부르는 사람에게 가까이 계신다. - 시편 145:18

세계 최초로 셈족어 알파벳이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전 전승이 문서로 만들어지는 분기점에 만들어진 히브리성서는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듣도록 만들어진 문서였다. 그래서 일기보다는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성서를 더 잘 이해하는 길이다. 읽는 방식은 전체 본문을 통해 한 번에 알 수 있지만 듣는 방식은 한 번에 한 단어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끝을 미리 알 수 없다.
라반의 두 딸인 라헬과 레아 사이의 갈등은 창세기가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이다. 라반의 작은딸 라헬을 본 야곱은 사랑에 빠진다. 라헬과 결혼하기 위해 7년 동안 외삼촌을 위해 일하지만 정작 혼인날 밤에 맞이한 것은 큰딸 레아였다. 왜 자기를 속였냐고 항변하는 야곱에게 라반은 “큰딸을 두고서 작은딸부터 시집보내는 것은, 이 고장의 법이 아닐세”라고 대답하여 과거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형 에서의 축복을 가로챈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야곱은 혼인 축하 기간 7일을 지낸 후 라헬과 또 결혼하였고 이후 7년을 더 외삼촌을 위해 일해야 했다.
성서는 야곱이 ‘라헬과도 혼인했고, 그는 라헬 역시도 사랑했다’(창세기 29:30)고 전하며 두 자매가 동등한 것처럼 믿게 했고 자매간의 라이벌 관계가 없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게 한다. 그러나 ‘레아보다 더’라는 기습적인 말을 덧붙임으로 우리 기대를 박살 낸다. 이 문장은 의도적으로 문법에 맞지 않는다. ‘역시도’는 ‘보다 더’와 양립할 수 없다. 이어지는 ‘주께서는, 레아가 미움받는 것을 보시고’(29:31)라는 문장은 더 날카롭게 불협화음을 보여준다. 주석가들은 앞뒤와 맞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이 구절을 ‘덜 사랑받다’라고 읽었지만, 레아는 덜 사랑받았기에, 배척당한다고 느꼈다. ‘하나님이 보셨다’라는 말은 하나님이 레아의 수치에 공감하셨다는 뜻이다.
레아는 ‘눈매가 부드러운’(29:16) 여자였다. 부드럽다는 단어는 연약하다, 예민하다, 감정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을 담는다. 쉽게 상처받는 레아는 자신이 덜 사랑받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레아의 사무친 고통은 그의 아이들 이름 속에서도 드러난다. 장남 르우벤을 낳고는 “주께서 나의 고통을 살피셨구나. 이제는 남편도 나를 사랑하겠지.”라고 말한다. 둘째 시므온을 낳고는 “주께서, 내가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으셨구나.”라고 하고 셋째 레위를 낳고는 “이제는 마침내 남편도 별수 없이 나에게 단단히 매이겠지.”라고 한다. 르우벤이 어머니를 위하여 가져온, 성욕을 촉진하는 물질이 든 자귀나무를 동생 라헬이 달라고 하였을 때도 레아는 “내 남편을 차지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냐?”라고 비참하게 호통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몇 세기 후 모세 시대에, 신명기에서 법적인 맥락으로 이루어진다. 미움받는 아내가 나은 맏아들을 장자로 인정하고 그에게 두 몫의 유산을 주라는 규정을 담은 신명기 21:15~17은 레아와 라헬, 그 아들들 사이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신명기 율법이 선포하는 것은 야곱의 행동이 그 자손들에게 규범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야곱의 행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선택과 배척, 편애와 라이벌 관계의 심리 드라마는 더 이상 없어야만 한다고 뒤늦게 종지부를 찍고 있다. 
레아와 라헬 이야기에서 보여주듯이 모든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는 사랑에서 시작된다. 아브라함의 종교는 무엇보다도 세 가지 사랑에 기초한 종교이다. 마음과 뜻,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신명기 6:5),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레위기 19;18), 낯선 자를 사랑하라!(레위기 19:34) 그러나 사랑은 충분하지 않았다. 감정적인 야곱은 선조와는 달리 직접 아내감을 골랐고 그것이 문제였다. 사랑은 결합시키지만 분열시키기도 한다. 사랑받지 못하거나 덜 사랑받는 사람은 자신이 거절당하거나, 배척당하거나, 홀로 버려진 느낌을 갖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 공동체, 심지어 가족조차도 사랑만으로 건설할 수는 없는 것이다.(계속) 
?

  1.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4장 희생양 (1)

    4장 희생양 (1)  우리는 서로 혐오하기에 충분한 종교를 갖고 있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충분한 종교는 갖고 있지 않다. - 조나단 스위프트 이슬람계 언론의 많은 기사가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일정한 패턴에 따라 ...
    Date2023.04.08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2.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4)

    3장 이원론 (4)  (이어서) 도덕이 패배하는 첫 단계는 종족학살의 서막인 비인간화이다. 종족학살 범죄자들은 그 대상이 자신과 인간성을 공유하지 않으며 바퀴벌레나 기생충, 암같이 어떤 방법으로든 멸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본다. 멸절수용소에 있던 나치 ...
    Date2023.04.01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3.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3)

    3장 이원론 (3)  (이어서) 정신분석학파는 분리와 투사 과정을 강조했다. 사람이 성숙하면 자기나 자기 가족이 착할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어리거나 인격 장애가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는 선과 악을 두 차원에서 함께 보는 통합...
    Date2023.03.25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4.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2)

    3장 이원론 (2)  (이어서) 페르시아의 통치는 알렉산더 제국의 통치로 이어졌고 다시 로마의 통치로 이어졌으며 많은 유대인이 그리스화 되었다. 바로 이런 시점에, 아마도 기원전 125년경에, 제사장 집단 하나가 예루살렘을 떠나 사해의 쓸쓸한 광야에 살면...
    Date2023.03.18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5.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3장 이원론 (1)

    3장 이원론 (1)  그가 짐승, 해충, 벌레가 될 때까지 / 그의 온갖 특징을 과장하라./ 그 배경에는 옛날 옛적부터의 악몽들,/ 곧 악마들, 귀신들, 악의 앞잡이들로 채워라. / 네 원수의 모습이 완성되면, / 너는 죄의식 없이 죽일 수 있게 되고 / 부끄럼 없이...
    Date2023.03.11 By좋은만남 Views9
    Read More
  6.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4)

    2장 폭력과 정체성 (4)  (이어서) 처음 만나는 이런 문명 질서를 이해하는 유일한 길은 종교를 대체했던 민족주의, 공산주의, 인종이라는 대체물이 실패한 끔찍한 트라우마에 비춰보는 길이다. 우리는 1970년대 이후 개인주의의 욕구불만 시대를 살아가고 있...
    Date2023.03.04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7.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3)

    2장 폭력과 정체성 (3)  (이어서) 종교는 또한 신뢰를 창조한다. 장거리 무역 상인들은 상호적 신뢰를 발전시켜 종교적 형제애를 창조하였고 합의에 대한 증인들로서 신들에게 호소했다. 종교윤리학이 가진 권위에 대한 존중, 충성, 거룩함에 대한 인식 등의...
    Date2023.02.25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8.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2)

    2장 폭력과 정체성 (2)  (이어서) 우리가 잠재적으로 폭력적인 이유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른 집단과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형성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집단 간의 폭력이 집단 내부의 연대감과 응집력을 키우고 다른 외부 집단에 대한 ...
    Date2023.02.18 By좋은만남 Views3
    Read More
  9.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2장 폭력과 정체성 (1)

    2장 폭력과 정체성 (1)  그렇다면 인간이란 이 무슨 키메라(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한 불을 뿜는 괴물)인가! 얼마나 새로움이며, 괴물이며, 혼돈이며, 모순덩어리며, 불가사의인가! 모든 것을 판단해볼 때, 미천한 벌레, 진리의 보물창고, 불...
    Date2023.02.11 By좋은만남 Views4
    Read More
  10.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4)

    1장 이타주의적인 악 (4)  (이어서)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현실에서 폭력적 충돌로 이끄는 신학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신학 작업을 새로 하지 않는다면, 테러에 계속 직면하게 된다. 테러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고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종...
    Date2023.02.04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11.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3)

    1장 이타주의적인 악 (3)  (이어서) 누가 이타주의적 악에 대응할 것인가? 작가, 영화감독, 교황, 수녀, 기자 등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작업 때문에 암살, 총기난사, 방화 등의 폭력에 직면하였다. 이타주의적 악에 대해 가장 큰 소리로 대응하는 사람들은 9....
    Date2023.01.28 By좋은만남 Views4
    Read More
  12.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2)

    1장 이타주의적인 악 (2)  (이어서) 나치 전범들은 증오심이 아니라 정부의 명령에 충실한 얼굴 없는 관료들이었으나 오늘날의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범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비디오와 소셜미디어 기술을 이용하며 꾸란에서 금지한 행동을 하면서도 양심...
    Date2023.01.21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13.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1장 이타주의적인 악 (1)

    1장 이타주의적인 악 (1)  인간이 종교적인 확신에서 악을 행할 때보다 더 완벽하고 즐겁게 행하는 때는 없다. - 블레즈 파스칼 종교가 인간을 살인자들로 둔갑시킬 때, 하나님은 통곡하신다. 첫 인간들이 명령에 불순종하고 살인을 저지를 때 하나님은 사람...
    Date2023.01.14 By좋은만남 Views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