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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배척을 배척하다 (2)

(이어서) 창세기에서 ‘사랑’을 뜻하는 히브리어‘아하바’가 언급될 때마다 사랑은 갈등을 유발한다. 이삭은 에서를 사랑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하며, 야곱은 라헬이 처음 낳은 요셉을 더 사랑한다. 이로 인해 치명적인 라이벌 관계가 두 차례 발생한다. 그러나 성서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시험 이야기의 첫 마디인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쳐라.”는 구절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순간은 완전히 다르다. 미드라쉬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이삭이 젖 뗀 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일 때, 사탄(고발하는 천사)이 하나님께 ‘그가 당신보다 자기 아들을 더 사랑합니다’라고 고발하였고 결국 시험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유일신론이 사랑에 근거한 것은 심원한 신학적 이유 때문이다. 신화의 세계에서는 신들이 인간에게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오늘날의 무신론에서도 우주와 인생의 존재에는 이유가 없고, 우리는 물질의 맹목적인 우연과 자연도태의 결과라고 본다. 그러나 히브리성서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나 사랑만이 아니라 정의도 필요하다. 사랑은 편파적이고 특수하고 선택적이지만, 정의는 공평하고 보편적이며 모두를 위한 것이다. 도덕적 삶은 이처럼 사랑과 정의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생겨난다. 사랑 없는 정의는 냉혹하고 정의 없는 사랑은 불공정하거나, 덜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불공정하게 보인다. 하나님이 미움받는 레아를 보셨다는 말씀은 우리 역시 그 불공정을 보게 한다. 하나님은 레아의 굴욕을 인정하고 대신 아들들을 주셨는데 그중 레위에게서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 아론, 미리암이 나왔고 유다는 이스라엘 왕들의 조상이 되었다.
두 자매 사이에 벌어진 일들은 그들의 자녀들 사이에서도 반복되었다. 선택적으로 한 사람을 더 사랑할 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배척당함을 경험한다. 그리고 덜 사랑받는 사람은 미움받는다고 느끼며, 따라서 미워한다. 우리는 비로소 왜 요셉과 그 형들과 화해하는 것으로 창세기가 끝나는지 이해하게 된다. 출애굽기가 시작할 때에 이르러서는 이스라엘의 자녀들이 집단적으로 ‘하나님의 맏아들’(출애굽기 4:22)이라고 불린다. 요셉의 형제들이 화해하고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으로 끝나는 창세기의 마지막 장면은 배척을 배척하는 장면이다. 앞으로는 배척되는 사람 없이 언약 가족의 모든 자녀가 선택될 것이다. 
가인 대신 아벨을, 인류 전체보다 노아를 선택하셨던 하나님은 홍수 이후 새로운 원칙을 정하신다. “다시는 사람이 악하다고 하여서, 땅을 저주하지는 않겠다.”(창세기 8:21) 과거에는 인간의 마음이 악한 것 때문에 땅을 파괴하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파괴하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하나님이 선제적으로 용서하신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정의는 하나님의 자비로 대체되었고 하나님은 배척을 배척하셨다.
사랑은 인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감정으로서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가져오지만, 그 영향은 결코 단순하지도 않고 보편적으로 무해한 것도 아니다. 서로 다른 두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단순한 이유는 그들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보살피는 정신적 사랑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인간적인 사랑은 아닐 것이다. 히브리성서는 '인간이라는 구부러진 목재'에 관한 것이다. 히브리성서가 제기하는 질문은 “우리가 열정, 기쁨, 욕망, 사랑을 가진 인간으로서, 취약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이야기들에서 분명해진 하나의 사실은 하나님께서 배척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신다는 점이다. 창세기의 천재성은 우리에게 역할 바꾸기를 강요한다는 것에 있다. 우리는 세상을 단지 선택받은 자의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본문에 귀 기울이면 우리는 배척당한 사람들과 동일시하게 될 수밖에 없고 고통, 버림받은 느낌에 이끌리게 된다. 그런 이유로 창세기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 하나님과 야곱의 자녀들 사이의 두 언약 이야기이다. 창세기 전체가 이끌어가는 결론은 배척을 배척하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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