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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권력 의지인가, 생의 의지인가 (1)



여기 이 수송열차 안에 / 나는 하와 / 나의 아들 아벨과 함께 있다. / 당신이 내 큰 아들 / 남자의 아들 가인을 본다면, / 그에게 나의 말을 전해주오.  - 밴 페이기스, "봉인된 열차 안에서 연필로 쓴 글"

형제자매의 라이벌 관계는 인간의 첫 번째 자녀들, 첫 번째 종교 행위, 첫 번째 형제 살해로 시작되었고 종교 역사의 전체 비극은 이 드라마에서 이미 드러났다. 왜 하나님은 가인의 예물을 거절하시는가? 현대 주석가들은 유목민(아벨)과 농경민(가인) 사이의 긴장 관계로 읽는 경향이 있지만 형제들 이름의 히브리어 의미를 봐야 한다. 아벨은 히브리어로 ‘헤벨’로, 전도서의 핵심어 ‘무의미하다, 쓸데없다’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숨’을 뜻하기도 한다. 영혼 또는 인간의 영적인 차원은 종종 숨 쉬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헤벨’은 얕고 빠른 숨, 단명하는 숨을 뜻한다. 전도서는 죽을 수밖에 없는 목숨에 대한 일관된 명상으로, 인생이란 한 번 숨 쉬는 것에 불과하며 모든 재물과 영광도 헛것에 불과한 이유가 단지 한 번의 숨으로 우리가 비존재(죽음)로부터 분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벨은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가멸성을 대표한다. 가멸성은 죄의 탓보다는 우리가 쇠퇴하고 썩을 수밖에 없는 물리적 세계 안에서 살고 있고, 몸을 입은 영혼들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우리를 무덤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우리 속에 숨을 불어넣으시는 하나님의 숨결이다. 우리의 참모습은 ‘헤벨’, 단지 숨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숨이기에 거룩하다. 이것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공통 근거이다. 히브리어로 가인은 ‘획득하다, 소유하다’라는 뜻이다. 히브리성서가 기초하고 있는 전체 윤리적-법적 원리는 우리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땅과 그 산물, 권력, 주권, 자녀들과 목숨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고 우리는 단지 그분을 대신해서 맡고 있는 관리자들에 불과하다. 이 점이 당시에 성서를 독특하게 만들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변혁적인 것으로 만드는 사회정의의 하부구조의 초석이다. 
그러나 가인은 소유권으로서의 권력, 권력으로서의 소유권을 대표한다. 가나안 족속의 우두머리 신 이름 바알의 히브리어도 똑같은 의미를 지니는데, 성서에서 소유하고 갖고 권력 행사를 하는 것은 궁극적 우상숭배이다. 폭력은 희소한 물건들에 대한 경쟁에서 시작되며 그 중 첫 번째가 땅이다. 가인은 내가 소유한 것이 나에게 권력을 준다는 생각의 표상이다. 그분의 권능 일부를 돌려받기 위해서 내가 소유한 것 일부를 희생제사로 하나님께 바치는 것은 이교도들의 희생제사로서, 신들의 비위를 맞추고 아부하고 뇌물을 쓰는 방법이고 하나님이 받지 않으시는 제사이다. 하나님이 받으신 아벨/헤벨의 예물은 죽을 수밖에 없는 가멸성의 겸손함으로 바치는 예물이다. 
이것은 인간 조건 안에 있는 권력의지와 생의 의지 사이의 근본적인 갈등이다. 권력을 추구하여 살인하면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이런 일은 오늘날에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리비아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 행동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과거의 지배 세력으로 되돌아가려는 이런 권력의지는 정치적 목표일뿐, 아브라함의 하나님은 신성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신다. 그것은 가인의 길이지, 하나님의 길이 아니다. 종교가 사람들을 살인자들로 둔갑시킬 때, 하나님의 대답은 “너의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는다(창세기 4:10)”라는 말씀이다.
우리 시대를 야만주의와 유혈사태로 인도하는 이데올로기에 직접 대결하지 않는다면, 우선 세계는 지금보다 더 종교적인 시대가 될 것이다. 인구 통계학은 더 종교적인 사람들일수록 더 많은 자녀를 낳고, 세속적인 사람들은 더 적은 자녀를 낳고 더 노화되고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가장 극단적이며 반근대적이거나 반서구적인 운동이 종교 안에서 승리할 것이다. 종교와 문화는 이혼했고, 세속적 서구는 충성, 존경, 존중 등 유대-기독교적 유산이라 불린 가치들을 대체로 상실했다. 대신 시장, 소비주의, 개인주의, 자율성, 권리라는, ‘자기(the self)’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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