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완결도서 모아보기

[예수와 권세들] [수난을 넘어서] [원복]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gods_name.jpg

7장  천사와의 씨름 (5)


(이어서) 이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라는 말씀은 애매한 몇 가지 점들을 통해 성서의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첫째로 이 구절은 단어의 순서가 애매하여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만이 아니라 반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둘째로 형과 동생으로 번역한 히브리어가 반대어가 아닌데 마치 반대되는 것처럼 연결해 의미가 더 모호해졌다. 셋째, 오경은 회당에서 읽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부르는 것인데 여기에 후대의 전통이 덧붙여졌다. 원래는 ‘형, 동생이 섬길 것이다’였다.
애매한 이 문장을 파악하려면 그 메시지의 형태에 관해 말씀의 의도를 성찰해야 한다. 애매한 초자연적 메시지는 예언이 아니라 신탁이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명백하게 말씀하셨지, 모호하게 하시지 않았다.(민수기 12:8) 리브가가 ‘이 일을 알아보려고 주께로 나아갔다’는데 아브라함과 이삭 외에 예언자가 없었는데 과연 누구에게 나아간 것일까? 주께로 나아간다는 말은 성서에서 기도한다는 뜻이지 질문한다는 뜻이 아니다. 창세기의 하나님은 분명한 말씀이나 비전, 꿈으로 소통하시지, 신탁으로 하시지 않는다. 신탁은 신화의 세계에 속한 것인데 히브리성서는 그런 세계를 배격한다.
신탁과 예언은 다르다. 신탁은 고전적 그리스에서 비극을 낳은 생각들-운명, 교만, 인과응보-에 속하고 비극은 주인공이 맞설수록 더 깊은 덫에 걸리게 한다. 반면 예언은 히브리성서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개방적이며 미리 결정되지 않은 역사적 시간에 속한다. 예언자는 경고하지 예측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시간은 운명의 냉혹한 전개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인간 자유의 영역이다. 에서와 야곱 이야기의 표면적 전개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비극처럼,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를 보여준다. 교활한 동생이 형을 밀어내고 복수의 위협에 살아가고 하나가 이기지만 나중에는 패배한다. 이런 인과응보가 르네 지라르가 말한 폭력의 원천이다. 야곱 이야기는 처음 읽을 때는 신화처럼 보이도록 작성된 이야기다. 
그러나 배후의 전개가 신화를 전복시키고 배격한다. 인과응보, 라이벌 관계, 자리의 뒤바뀜, 분노, 폭력, 복수 같은 것들에 성서는 도전한다. 야곱의 속임수는 잘못이다. 한밤중의 씨름에서 야곱은 에서와 싸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현존 안에 있는 자신과 싸웠다. 그래서 야곱은 하나님의 얼굴을 뵈었다고 말한다. 야곱은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김으로 하나님과의 씨름과 사람과의 씨름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가 극복되는 순간은 하나님이 우리를 현재의 모습대로 사랑하시지, 다른 누구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축복을 받았다.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는 운명이 아니라 비극적인 잘못이다. 야곱은 그 씨름을 통해 라이벌 관계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받는 것이 우리의 독특한 모습 때문이라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통해 언약 백성이 그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재물과 권력 추구가 아니라 다른 운명을 위해 부름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야곱을 선택했다고 해서 에서가 거절된 것도 아니다. 에서 역시 그의 축복, 유산, 땅을 받을 것이다. 모두가 아브라함 연약을 위해 선택받은 것은 아니지만, 각자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자신의 위치가 있다, 각자는 나름의 미덕, 재능, 선물을 갖고 있어서 하나님 보시기에 귀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 역시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긍정하게 한다. 사랑을 더 많이 받는가 하는 질문은 형제자매 사이에 라이벌 관계를 시작하게 만든다. 그런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사랑은 계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야곱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 씨름하며, 자신의 얼굴, 이름, 축복을 발견해야 한다. 에서와 평화를 찾고 자신과 평화하기 전에 자신의 욕망을 극복해야 했고 라이벌 의식을 버리고, 자신이 에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했다. 
?

  1.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9장 배척을 배척하다 (2)

    9장 배척을 배척하다 (2)  (이어서) 창세기에서 ‘사랑’을 뜻하는 히브리어‘아하바’가 언급될 때마다 사랑은 갈등을 유발한다. 이삭은 에서를 사랑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하며, 야곱은 라헬이 처음 낳은 요셉을 더 사랑한다. 이로 인해 치명적인 라이벌 관...
    Date2023.08.26 By좋은만남 Views25
    Read More
  2.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9장 배척을 배척하다 (1)

    9장 배척을 배척하다 (1)  주님은, 주님을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고, 진심으로 부르는 사람에게 가까이 계신다. - 시편 145:18 세계 최초로 셈족어 알파벳이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전 전승이 문서로 만들어지는 분기점에 만들어진 히브...
    Date2023.08.19 By좋은만남 Views17
    Read More
  3.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8장 역할 바꾸기 (4)

    8장 역할 바꾸기 (4)  (이어서) 베냐민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유다가 자기를 종으로 삼아달라고 간청한 것은 애당초 요셉을 (죽이지 말고) 노예로 팔자고 제안한 것이 유다이기 때문이다. 유다는 똑같은 상황에 처하자 이제는 동생을 노예로 만들기보다는 ...
    Date2023.08.12 By좋은만남 Views14
    Read More
  4.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8장 역할 바꾸기 (3)

    8장 역할 바꾸기 (3)  (이어서) 요셉은 왜 형들이 그런 공포와 시련을 거치도록 했을까? 이 책의 앞에서 살펴본 병적인 이원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도덕은 역할을 바꾸는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이 다른 편의 입장이 되어 보...
    Date2023.08.05 By좋은만남 Views17
    Read More
  5.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8장 역할 바꾸기 (2)

    8장 역할 바꾸기 (2)  (이어서) 절정은 야곱이 세겜 근처에서 양 떼를 돌보는 형들에게 요셉을 보냄으로 시작한다. 형제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음으로 함께한다. 형들은 요셉의 옷을 통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린다. 멀리서 요셉을 알아본 형들이 ...
    Date2023.07.29 By좋은만남 Views8
    Read More
  6.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8장 역할 바꾸기 (1)

    8장 역할 바꾸기 (1)  네가 동료의 자리에 서기까지는, 그를 심판하지 말라. - 미슈나 오경에서 요셉과 그 형제들 이야기보다 길고 촘촘하게 짜인 것은 없다. 요셉이 마지막에 형제들을 용서하는 모습은 가인이 아벨을 죽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창세기에 예상...
    Date2023.07.22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7.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7장 천사와의 씨름 (5)

    7장 천사와의 씨름 (5)  (이어서) 이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라는 말씀은 애매한 몇 가지 점들을 통해 성서의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첫째로 이 구절은 단어의 순서가 애매하여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만이 아니라 반대로도 ...
    Date2023.07.15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8.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7장 천사와의 씨름 (4)

    7장 천사와의 씨름 (4)  (이어서) 앞장에서 폭력의 근본 원인은 모방 욕망으로서,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는, 르네 지라르의 논제를 다루었다. 창세기의 야곱이 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
    Date2023.07.08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9.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7장 천사와의 씨름 (3)

    7장 천사와의 씨름 (3)  (이어서) 역할이 바뀐 것만이 아니다. 에서는 처음에 야곱이 전날 보낸 많은 가축 선물들을 거절한다. 야곱은 "아닙니다, 형님, 형님께서 저를 좋게 보시면, 제가 드리는 이 선물(minchah)을 받아 주십시오. 형님께서 저를 이렇게 너...
    Date2023.07.01 By좋은만남 Views8
    Read More
  10.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7장 천사와의 씨름 (2)

    7장 천사와의 씨름 (2)  (이어서) 이삭이 가까스로 에서를 축복(창세기 27:39-30)한다는 것도 어긋나는 점이다. 이삭이 축복한 ‘기름진 당’과 ‘하늘의 이슬’은 충분히 많아서 모두가 나누어 갖기에 충분히 넉넉한 것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삭이 야곱의 패...
    Date2023.06.24 By좋은만남 Views4
    Read More
  11.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7장 천사와의 씨름 (1)

    7장 천사와의 씨름 (1)  내가 더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그 사람처럼, 재산을 가진 친구들을 가진 그 사람처럼 되고, 이 사람의 에술, 저 사람의 시야를 갖고 싶어, 내가 가장 누리고 싶지만, 가장 불만스러워 하는 것을 지닌… - 세익스피어, 소네트 29 야곱...
    Date2023.06.17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12.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6장 이복형제들 (4)

    6장 이복형제들 (4)  (이어서) 갑자기 등장하고 사라진 그두라는 도대체 누구인가? 창세기는 매우 목적지향적 이야기로 진리가 시간을 통해 드러나는 언약의 역사라는 패턴을 따라 전개된다. 아브라함의 새로운 자녀들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다른 민족들의 ...
    Date2023.06.10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13.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장 이복형제들 (3)

    6장 이복형제들 (3)  (이어서) 왜 이스마엘은 선택받지 못했는가? 그 이유는 이스마엘이 육체적으로 힘이 세고 능란했기 때문이다. 그는 들나귀처럼 강해서 모든 사람과 싸울 것이고 결국 ‘활 쏘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성서 이야기의 파악하기 어려운 미묘...
    Date2023.06.03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14.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6장 이복형제들 (2)

    6장 이복형제들 (2)  (이어서) 핵심 인물인 아브라함과 사라의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 사라는 하갈과 이스마엘에게 냉혹했고 남편이 여종과 동침하도록 해놓고 남편을 비난했다. 아브라함은 두 여인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책임지...
    Date2023.05.27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15.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6장 이복형제들 (1)

    6장 이복형제들 (1)  나의 부모는 나를 버려도, 주님은 나를 돌보아 주십니다. - 시편 27:10 아브라함 가족 안에서 형제자매 사이의 첫 번째 라이벌 이야기는 번민으로 시작한다. 당시 아브람으로 알려진 그는 수많은 자녀를 얻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Date2023.05.20 By좋은만남 Views8
    Read More
  16.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5장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3)

    5장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3)  (이어서) 세 종교 모두의 중심에 있는 신념은 인류 가운데 하나의 특권적 위치, 즉 사랑받는 아들, 선택된 민족, 진리의 수호자, 구원의 문지기가 있다는 신념이며, 그 특권적 위치를 위해 서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Date2023.05.13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17.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5장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2)

    5장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2)  (이어서) 바울 당시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기독교’나 복음서, 교리가 아직 없었다(기독교가 유대교로부터 결정적으로 분리된 것은 기원후 80년대이다). 혹독한 로마의 통치 아래서 유대인들의 세계는 요동치고 ...
    Date2023.05.06 By좋은만남 Views9
    Read More
  18.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5장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1)

    5장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1)  친척보다는 조금 더 얽혀 있고, 같은 종류보다는 덜 하다. - 윌리엄 세익스피어, [햄릿](1막 2장, 65행) 정체성, 분리시키고 투사하는 것, 병적인 이원론, 희생양은 일반적인 것으로 아브라함을 영적인 아버지로 섬기는 유...
    Date2023.04.29 By좋은만남 Views5
    Read More
  19.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4장 희생양 (3)

    4장 희생양 (3)  (이어서) 두 번째 역사적 순간의 주인공은 마틴 루터이다. 루터는 유대인들에게 호의적이었지만 그들이 가톨릭교회의 부조리와 잔인함 때문에 개종하지 않는다며 재앙이고 유행병, 불운이라고 비난했다. 루터의 격렬한 반감은 종교개혁 이후...
    Date2023.04.22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20.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4장 희생양 (2)

    4장 희생양 (2)  (이어서) 프로이트는 부족의 여성을 아버지가 독점한 것에 대해 분개한 자녀들이 연합하여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역사 이전 시대의 일차적 폭력이었고 이에 대한 자녀들의 죄의식이 하나님, 즉 죽은 아버지의 음성이 양심의 소리로서 자녀들...
    Date2023.04.15 By좋은만남 Views1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