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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배척을 배척하다 (1)


주님은, 주님을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고, 진심으로 부르는 사람에게 가까이 계신다. - 시편 145:18

세계 최초로 셈족어 알파벳이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전 전승이 문서로 만들어지는 분기점에 만들어진 히브리성서는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듣도록 만들어진 문서였다. 그래서 일기보다는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성서를 더 잘 이해하는 길이다. 읽는 방식은 전체 본문을 통해 한 번에 알 수 있지만 듣는 방식은 한 번에 한 단어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끝을 미리 알 수 없다.
라반의 두 딸인 라헬과 레아 사이의 갈등은 창세기가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이다. 라반의 작은딸 라헬을 본 야곱은 사랑에 빠진다. 라헬과 결혼하기 위해 7년 동안 외삼촌을 위해 일하지만 정작 혼인날 밤에 맞이한 것은 큰딸 레아였다. 왜 자기를 속였냐고 항변하는 야곱에게 라반은 “큰딸을 두고서 작은딸부터 시집보내는 것은, 이 고장의 법이 아닐세”라고 대답하여 과거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형 에서의 축복을 가로챈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야곱은 혼인 축하 기간 7일을 지낸 후 라헬과 또 결혼하였고 이후 7년을 더 외삼촌을 위해 일해야 했다.
성서는 야곱이 ‘라헬과도 혼인했고, 그는 라헬 역시도 사랑했다’(창세기 29:30)고 전하며 두 자매가 동등한 것처럼 믿게 했고 자매간의 라이벌 관계가 없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게 한다. 그러나 ‘레아보다 더’라는 기습적인 말을 덧붙임으로 우리 기대를 박살 낸다. 이 문장은 의도적으로 문법에 맞지 않는다. ‘역시도’는 ‘보다 더’와 양립할 수 없다. 이어지는 ‘주께서는, 레아가 미움받는 것을 보시고’(29:31)라는 문장은 더 날카롭게 불협화음을 보여준다. 주석가들은 앞뒤와 맞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이 구절을 ‘덜 사랑받다’라고 읽었지만, 레아는 덜 사랑받았기에, 배척당한다고 느꼈다. ‘하나님이 보셨다’라는 말은 하나님이 레아의 수치에 공감하셨다는 뜻이다.
레아는 ‘눈매가 부드러운’(29:16) 여자였다. 부드럽다는 단어는 연약하다, 예민하다, 감정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을 담는다. 쉽게 상처받는 레아는 자신이 덜 사랑받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레아의 사무친 고통은 그의 아이들 이름 속에서도 드러난다. 장남 르우벤을 낳고는 “주께서 나의 고통을 살피셨구나. 이제는 남편도 나를 사랑하겠지.”라고 말한다. 둘째 시므온을 낳고는 “주께서, 내가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으셨구나.”라고 하고 셋째 레위를 낳고는 “이제는 마침내 남편도 별수 없이 나에게 단단히 매이겠지.”라고 한다. 르우벤이 어머니를 위하여 가져온, 성욕을 촉진하는 물질이 든 자귀나무를 동생 라헬이 달라고 하였을 때도 레아는 “내 남편을 차지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냐?”라고 비참하게 호통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몇 세기 후 모세 시대에, 신명기에서 법적인 맥락으로 이루어진다. 미움받는 아내가 나은 맏아들을 장자로 인정하고 그에게 두 몫의 유산을 주라는 규정을 담은 신명기 21:15~17은 레아와 라헬, 그 아들들 사이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신명기 율법이 선포하는 것은 야곱의 행동이 그 자손들에게 규범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야곱의 행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선택과 배척, 편애와 라이벌 관계의 심리 드라마는 더 이상 없어야만 한다고 뒤늦게 종지부를 찍고 있다. 
레아와 라헬 이야기에서 보여주듯이 모든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는 사랑에서 시작된다. 아브라함의 종교는 무엇보다도 세 가지 사랑에 기초한 종교이다. 마음과 뜻,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신명기 6:5),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레위기 19;18), 낯선 자를 사랑하라!(레위기 19:34) 그러나 사랑은 충분하지 않았다. 감정적인 야곱은 선조와는 달리 직접 아내감을 골랐고 그것이 문제였다. 사랑은 결합시키지만 분열시키기도 한다. 사랑받지 못하거나 덜 사랑받는 사람은 자신이 거절당하거나, 배척당하거나, 홀로 버려진 느낌을 갖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 공동체, 심지어 가족조차도 사랑만으로 건설할 수는 없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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