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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이복형제들 (2)


(이어서) 핵심 인물인 아브라함과 사라의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 사라는 하갈과 이스마엘에게 냉혹했고 남편이 여종과 동침하도록 해놓고 남편을 비난했다. 아브라함은 두 여인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라가 하갈을 ‘학대했다’는 단어는 이집트인이 이스라엘을 학대했다는 구절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갈은 이집트인이었고 여기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인에게 받은 학대 경험을 이집트 여인 하갈에게 돌려준다는 묘한 암시가 있는데, 이스라엘은 선하고 이집트인은 악하다는 단순한 정형화를 바로잡는다. 또 아브라함에게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쫓으라고 주장할 때 사라는 경멸적인 태도로 바뀌어 이름이 아니라 ‘여종과 종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명예를 존중하지 않는다. 여기에 사용되는 단어는 ‘하녀’에서 ‘노예’로 바뀌었다.
이삭이 젖을 뗀 것을 축하하는 잔치에서 왜 사라가 분노하였는지는 수수께끼이다. 이스마엘이 ‘메짜헤크’하였다는데 이는 보통 ‘놀린다’로 번역되지만, 문자적 의미는 ‘웃는다’는 뜻이다. 이 동사(z-ch-k)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이야기에서만 기쁨으로부터 불신, 경멸, 성적인 의미의 애무까지 폭넓게 일곱 번이나 사용되는데, 매우 이례적이고 이 단어를 중심으로 본문의 주제가 펼쳐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단어가 애매하게 사용됨으로 젖뗀 잔치에서 보인 사라의 분노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졌지만, 어떤 주석가들은 사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13세기 스페인의 주석가 나마니데스는 사라의 자손들이 나중에 이슬람에 의해 박해를 받게 되는 이유를 하갈에 대한 사라의 학대에서 찾기도 한다. 그와 그의 가족은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방랑한 적이 있었다. 그의 주석은 자신의 유대인 독자들을 향해,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믿지 말라고 말하는 자기비판적인 논평이었다.
아브라함에 대한 묘사는 더욱 복잡하다. 하갈을 통해 아이를 낳자고 한 제안한 것은 아브라함이 아니라 사라였다. 그러나 일단 이스마엘이 태어나자 아브라함의 마음이 끌렸다. 그런데 하나님의 약속이 이스마엘이 아니라 이삭을 통해 이어질 것이라고 하자 그는 큰 고민에 빠졌고 이스마엘을 내쫓으라는 사라의 요구에도 몹시 괴로워했다. 아브라함은 사라의 요구에 응하는데, 첫 번째는 자발적이었고 두 번째는 사라의 요구를 들어주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응한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사랑은 분명하다. 이 주제는 랍비들의 미드라쉬(유대교의 성서해석 방식)에서 깊이 다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히브리성서는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하갈과 관련된 두 장면, 하갈과 이스마엘이 광야에서 절망에 빠진 장면은 감정적 격렬함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창세기 21장에서 이스마엘을 쫓아내는 장면은 22장의,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기 위해 결박하는 장면과 병행하는 구절임을 인식해야 한다. 아브라함이 겪고 있는 시련은 아들을 잃을 수도 있는 시련이지 당사자인 두 아들은 사건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이 두 사건 모두에서 그들은 하늘의 개입으로 샘물을 먹고 대신할 제물인 양을 얻어 목숨을 구한다. 그런데 이삭을 결박한 이야기에는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아브라함도 ‘여기에 제가 있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할 따름이다.
반면 하갈과 이스마엘의 이야기는 감정으로 충만하다. 하갈과 이스마엘은 운다. 이런 비애감은 성서 이야기에서 드물다. 이삭의 이야기와는 달리 이 이야기는 우리의 연민을 자아내기 위해 쓰여졌다. 우리는 인간의 드라마 주인공인 하갈과 이스마엘과는 동일시하지만, 종교의 드라마 주인공인 아브라함과 이삭을 보면서는 두려움을 느낀다. 당연히 인간적인 이야기에 힘을 싣게 된다. 원래 주인공은 선택받은 이삭이지만 우리는 이삭이나 사라가 아니라 이스마엘과 하갈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사랑과 축복을 받을 것이며, 하나님이 그의 눈물을 들으시고 그가 성장하는 동안 ‘그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스마엘이 선택받지 못한 것은 그가 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부정적 표현은 잔치 동안 폭넓은 의미로 ‘웃었다’는 것이 전부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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