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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천사와의 씨름 (1)


내가 더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그 사람처럼, 재산을 가진 친구들을 가진 그 사람처럼 되고, 이 사람의 에술, 저 사람의 시야를 갖고 싶어, 내가 가장 누리고 싶지만, 가장 불만스러워 하는 것을 지닌…            - 세익스피어, 소네트 29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에 감춰진 의미를 이해하면 그 이야기가 성서 안의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를 단적으로 반박하려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 표면적 이야기는 뒤바뀜의 익살이다. 쌍둥이가 태어날 때 형 에서의 발꿈치를 동생 야곱이 붙잡았다고 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인물 유형으로, 에서는 사냥꾼이고 야곱은 차분한 사람으로 주로 집에서 살았다. 그들 사이의 긴장에는 자식을 편애한 부모의 탓도 있었다. 두 형제의 드라마 첫 장면에서 사냥에 지친 에서는 야곱이 만든 죽 냄새를 맡고 맏아들의 권리를 건 흥정을 한다. 성급하고 충동적인 에서는 두뇌 회전이 빠른 야곱이 제시한 흥정에 동의한다. 
이야기는 야곱이 속임수를 써서 아버지 이삭에게 축복받는 장면에서 고조된다. 이삭은 에서에게 짐승을 사냥해 별미를 만들어 주면 마음껏 축복하겠다고 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을 들은 꾀가 많은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이 축복을 받게 하려고 작정한다. 야곱은 속임수가 들통날까 봐 염려하였지만, 리브가는 그에게 형의 옷을 입히고 염소 가죽을 그 팔에 둘러주었고 이 변장술은 통했다. 이삭은 속아 넘어가 야곱을 축복하였다. “너는 너의 형제들을 다스리고 너의 어머니의 자손들이 너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다.”(창세기 27:28~29) 야곱이 떠난 후 에서가 마련한 음식을 갖고 들어온다.
여기서 뒤바뀜이 분명히 드러난다. 어린 동생이 나이 든 형의 위치를 탈취했고 갈등은 비극을 낳았다. 눈이 먼 아버지를 속였고 아들은 축복을 가로챘으며, 신뢰를 깨뜨렸으며, 가족은 분열된 채, 폭력이 펼쳐질 것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에서는 연로한 아버지가 죽으면 동생 야곱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창세기 27:41) 이것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아니다. 이 형제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라이벌 관계라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리브가가 쌍둥이를 배었는데, 이미 서로 지배하려고 싸우고 있다고 말씀하셨다.(창세기 25:23) 
두 형제의 운명은 서로 싸우고 충돌할 운명이다. 사실 히브리성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나 미리 예정된 미래 같은 생각을 배격한다. 그러나 리브가에게 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쌍둥이의 운명을 예상할 수 있게 만들며 그 이후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를 해석할 방식을 설정한다.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라는 말씀으로 야곱의 지배는 허락되었고 그것은 예정된 운명이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야곱이 이삭에게 나아왔을 때 이삭은 자기 앞에 있는 아들이 실제로 에서인지 아닌지 의심하였다. 그래서 ‘너는 누구냐?’라고 묻고 그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다시 ‘네가 정말로 나의 아들 에서냐?’라고 물었다. 야곱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삭은 세 번에 걸쳐 의심을 표현하였다. 야곱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를 세 번이나 준 것이었지만 야곱은 진실을 고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본문은 애매하게 계속 진행된다. 
야곱이 떠나고 에서가 들어오는데 성서는 그 장면을 특별하게 묘사한다. 이삭은 큰 충격을 받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에서는 소리치며 울면서 ‘아버지, 저에게도 똑같은 복을 빌어 주십시오’라고 간청한다. 에서는 ‘그 녀석의 이름이 왜 야곱인지 이제야 알았다. 이번까지 두 번이나 나를 밀어냈다.’라고 말한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우리는 야곱이 아니라, 둘째 아들의 속임수를 깨닫고 큰 충격을 받은 아버지 이삭과 에서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느낀다. 에서의 첫 반응은 동생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아버지 이삭에게 축복받고 싶은 단순한 사랑이었다. 우리는 강인한 사냥꾼인 에서가 크게 우는 것을 보면서 더 통절한 느낌을 받으며 아버지가 아들을 축복하는 친밀하고 화목한 순간을 빼앗긴 장면에서 더욱 아파하게 된다. 오경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은 하갈과 이스마엘이 광야의 더위 속에서 물이 없어 죽어가는 장면이다. 이런 비교는 의도적이다. 그때처럼 지금도 우리는 큰아들에게 공감하게 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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