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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천사와의 씨름 (5)


(이어서) 이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라는 말씀은 애매한 몇 가지 점들을 통해 성서의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첫째로 이 구절은 단어의 순서가 애매하여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만이 아니라 반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둘째로 형과 동생으로 번역한 히브리어가 반대어가 아닌데 마치 반대되는 것처럼 연결해 의미가 더 모호해졌다. 셋째, 오경은 회당에서 읽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부르는 것인데 여기에 후대의 전통이 덧붙여졌다. 원래는 ‘형, 동생이 섬길 것이다’였다.
애매한 이 문장을 파악하려면 그 메시지의 형태에 관해 말씀의 의도를 성찰해야 한다. 애매한 초자연적 메시지는 예언이 아니라 신탁이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명백하게 말씀하셨지, 모호하게 하시지 않았다.(민수기 12:8) 리브가가 ‘이 일을 알아보려고 주께로 나아갔다’는데 아브라함과 이삭 외에 예언자가 없었는데 과연 누구에게 나아간 것일까? 주께로 나아간다는 말은 성서에서 기도한다는 뜻이지 질문한다는 뜻이 아니다. 창세기의 하나님은 분명한 말씀이나 비전, 꿈으로 소통하시지, 신탁으로 하시지 않는다. 신탁은 신화의 세계에 속한 것인데 히브리성서는 그런 세계를 배격한다.
신탁과 예언은 다르다. 신탁은 고전적 그리스에서 비극을 낳은 생각들-운명, 교만, 인과응보-에 속하고 비극은 주인공이 맞설수록 더 깊은 덫에 걸리게 한다. 반면 예언은 히브리성서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개방적이며 미리 결정되지 않은 역사적 시간에 속한다. 예언자는 경고하지 예측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시간은 운명의 냉혹한 전개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인간 자유의 영역이다. 에서와 야곱 이야기의 표면적 전개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비극처럼,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를 보여준다. 교활한 동생이 형을 밀어내고 복수의 위협에 살아가고 하나가 이기지만 나중에는 패배한다. 이런 인과응보가 르네 지라르가 말한 폭력의 원천이다. 야곱 이야기는 처음 읽을 때는 신화처럼 보이도록 작성된 이야기다. 
그러나 배후의 전개가 신화를 전복시키고 배격한다. 인과응보, 라이벌 관계, 자리의 뒤바뀜, 분노, 폭력, 복수 같은 것들에 성서는 도전한다. 야곱의 속임수는 잘못이다. 한밤중의 씨름에서 야곱은 에서와 싸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현존 안에 있는 자신과 싸웠다. 그래서 야곱은 하나님의 얼굴을 뵈었다고 말한다. 야곱은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김으로 하나님과의 씨름과 사람과의 씨름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가 극복되는 순간은 하나님이 우리를 현재의 모습대로 사랑하시지, 다른 누구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축복을 받았다.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는 운명이 아니라 비극적인 잘못이다. 야곱은 그 씨름을 통해 라이벌 관계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받는 것이 우리의 독특한 모습 때문이라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통해 언약 백성이 그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재물과 권력 추구가 아니라 다른 운명을 위해 부름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야곱을 선택했다고 해서 에서가 거절된 것도 아니다. 에서 역시 그의 축복, 유산, 땅을 받을 것이다. 모두가 아브라함 연약을 위해 선택받은 것은 아니지만, 각자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자신의 위치가 있다, 각자는 나름의 미덕, 재능, 선물을 갖고 있어서 하나님 보시기에 귀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 역시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긍정하게 한다. 사랑을 더 많이 받는가 하는 질문은 형제자매 사이에 라이벌 관계를 시작하게 만든다. 그런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사랑은 계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야곱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 씨름하며, 자신의 얼굴, 이름, 축복을 발견해야 한다. 에서와 평화를 찾고 자신과 평화하기 전에 자신의 욕망을 극복해야 했고 라이벌 의식을 버리고, 자신이 에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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