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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배척을 배척하다 (3)

(이어서) 창세기는 아브라함 유일신론의 기초 문서로서 병적인 이원론에 맞닿은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째, 창세기는 비인간화, 악마화, 인간을 완전히 선하거나 완전히 악한 사람, 빛의 자녀와 어둠의 자식으로 나누는 것을 정면으로 배척한다. 창세기 드라마의 어느 주인공도 완전히 선하거나 완전히 악하지 않다. 결함을 갖고 있으며 최악의 사람들도 미덕을 갖고 있다. 세상을 성자들과 죄인들, 구원받은 사람과 저주받은 사람, 하나님의 자녀들과 악마의 자식들로 나누는 것은 하나님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게 되는 첫걸음이다.
둘째, 자신을 희생자로 보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 첫 인간들인 아담과 하와는 책임을 여자에게, 뱀에게 떠넘기며 자신들을 희생자로 정의했다. 그러나 창세기 마지막에서 요셉은 실제로 희생자였지만, 자신을 희생자로 정의하기를 거부한다. 요셉은 ‘누가 나에게 이런 짓을 했느냐?’라고 묻는 대신에 자신의 고난의 의미를 묻는다. 그는 뒤가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며 타인을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책임을 실행했다. 요셉은 성서에서 희생자 문화, 즉 첫 인간들이 낙원에서 쫓겨나도록 만든 행동을 최초로 배격한 것을 표상한다.
셋째,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가 인간의 조건으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말한다. 이삭과 이스마엘은 아버지 아브라함의 무덤에 함께 서 있다. 야곱과 에서가 만나 서로 포옹하였으며 요셉과 형들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친다.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가 자연적일 수는 있지만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대한 정신, 화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 모방 욕망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깨달음으로 라이벌 관계는 극복된다. 각자는 나름의 축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축복을 원할 필요가 없다.
이제 성서는 라이벌 의식이 없는 다섯 번째 형제자매 모세, 아론, 미리암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미리암은 동생 모세를 지켜보고 그의 핏줄을 알게 해주었고, 아론은 모세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첫 제사장이 되었다. 사람들이 그 내부적 라이벌 관계를 극복할 때만, 노예로부터 자유로 나아가는 여정을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관계의 이야기를 다룬 창세기는, 민족과 정치체제를 다룬 출애굽기에 꼭 필요한 전주곡이다. 창세기 10장에 나오는 70개 민족과 언어들은 그 나름의 성격으로 나름의 공헌을 하지만 오직 지파 동맹으로서만 이스라엘은 존재할 수 있다. 
창세기는 단순히 역사나 우주론 책이 아니라 이야기 방식으로 구성된 미묘하고 다층적인 철학적 보고서로, 이야기로서만 전달될 수 있는 ‘의미’에 관한 책이다. 성서의 이야기는 우리가 서로 다른 차원들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성장할수록 그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성서의 의식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연대기적이다. 실질적인 도전과 반응을 만남으로 지혜가 성숙해지고 우리의 관계는 더 예민해지고 정련된다. 하나님은 창세기 1장에서 자연 질서의 세계를 창조하시고 난 후, 2장에서는 우리로 하여금 사회 질서의 세상을 창조하시도록 초청하시는데 여기서는 어느 누구도 타인을 밀어내거나 대체할 수 없다. 낭만화되거나 이상화된 사랑이 아니라 실제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그 이상이 어떻게 인간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갈등은 혐오만이 아니라 사랑으로도 초래된다. 그래서 역할 바꾸기가 필요하다. 희생자의 마음을 느끼는 사람만이 마음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세기는 인간과 서로 다른 문명을 같은 표준으로 잴 수 없다는 사실을 확증해준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르지만, 각자는 존재 속에 한 분 하나님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간다. 창세기는 네가 이기면 내가 잃고, 내가 이기면 네가 잃는다는 정신구조를 뒤엎는다. 재물이나 물질같이 제한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맞을지 모르나 하나님 사랑처럼 풍성한 것에 대해서는 맞지 않는다. 성서는 우리가 신앙공동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정신구조를 반박한다. 이것이 하나님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이다. 하나님은 다른 사람들을 혐오함으로써 누군가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지 않으신다. 그분을 따른다면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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