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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신들의 황혼



과거 서방의 대서사는 성경에서 시작되어 성 어거스틴에 의해 확실히 언급되었고, 칼빈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밀턴의 「실낙원」 시기가 되자 붕괴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기독교의 우주론은 훨씬 더 간단한데, 프톨레미, 위(僞) 디오니시우스를 거쳐 단테의 「신곡」에 이르러 최고의 문학 표현으로 정점을 찍었고 많은 미술작품에 반영되었으나 코페르니쿠스 이후 태양 중심의 세계 체제가 등장하며 급속히 쇠락하였다. 과거 대서사의 우주론인 신들의 오랜 황혼기는 대략 500년에 걸쳐 붕괴가 진행 중이지만, 교회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그 수명이 좀 더 연장되었고 짙은 향수로 남아, 우리가 이미 내다 버린 신들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한다. 

서구는 하느님이 완전히 사라지고 잊혀진 뒤에 우리에게 무엇이 남아 있을지 질문하거나 더 편안한 반신반의와 불신을 선택했다. 과연 무엇이 남을까? 니체는 "도덕적 세계질서는 없다, 도덕적 섭리가 없고 도덕 가치에 대한 객관적 보증이 없다."라며 허무주의를 말했다. 우리를 지지하거나 우리 판단과 평가를 인정하는 것도 없이, 우리는 실제로 독립돼 있고 완전히 우발적인 세상 속의 우발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후의 철학도 우리가 알게 되는 모든 것은 우리 세상뿐이라는 '인간 일원론'으로 기울었다. 사실상 존재하는 것은 우리의 세상, 언어, 문화적 프로그램, 전통 등 머리 안에 있는 것들로 형성된 세상이다. 종교에 대한 생각도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보편적인 공공의 세계관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오늘의 인간들만의 최선인 합의일 수밖에 없다. 이를 '인간 현실주의'라고 부른다. 

만약 이것이 하느님이 사라진 뒤 인간의 상황이라면,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과연 무엇에 관한 것이었을까? 유일신론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믿음이 발전하는데 문명생활과 농업이 결정적이었다. 우리와 조상의 재산과의 관계가 세상에서의 지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죽은 자들이 중요해졌다. 지위는 생계수단이자 유산이고 직함은 죽은 아버지에게서 온다. 죽은 아버지가 한 사람을 세상과 연결해준다. 이 말은 죽은 아버지가 신과 영들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저 위에서' 다정하게 내려다보는 존경 받는 조상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농경문화는 부계제와 부계 상속이 중요해졌고 족보가 합법화됐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신들도 족보를 갖는다. 

'하느님의 존재'라는 토론의 진짜 문제는 초기 농부에게 저 너머에 구심점이 되고 보호해줄 강력한 중심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중심에는 신과 신에게서 나온 신성한 권위와 군사적 힘, 시장이 있고 농부는 최소한 1년에 한 번 중심의 축제에 참여하며 중심 주변을 맴돈다. 사람들은 하느님의 보좌가 있다고 생각하는 중심으로 올라간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구심점이 되고, 자신들을 인도하는 강력한 중심이 필요한 유기체들을 묶어준다. 여기서 중심은 우주 차원의 하느님, 국가 차원의 군주, 개인 차원의 합리적인 영혼 등이다. 이 개념은 오늘날 '실체' 혹은 '정체성'으로 옮겨질 수 있다. 신들이 위에 있다는 개념은 우리로 하여금 '좀 더 높은' 차원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하느님의 죽음은 객관적 질서, 불변의 실재와 가치 등에 대한 모든 생각을 허물어 무질서한 세계를 만든다. 그래서 신이 죽고 나면 지식과 윤리, 질서와 우리 삶을 어떻게 다시 생각하고 구축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역시 우리 안에는 불변하는 핵심 정체성이 없다.

하느님의 모든 것이 지난 5백여 년간 점점 우리에게 알려지고 1960년대 문화적 격동기를 겪은 후 교회가 쇠퇴하면서 인생의 끝이 절대적으로 완벽한 분에 대한 절대적 지식을 가짐으로써 저세상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상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에게는 남겨진 시간 동안 태양처럼 살고 태양처럼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최고선인 갈릴리 예수가 발견하고 가르친 삶의 방식을 재발견하는 것 외에 종교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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