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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최고선



서양철학과 서방교회 신학의 오랜 전통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 영혼으로 동물과 구분된다. 이성은 자연을 초월한다. 사람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땅 위의 세상과는 매우 다른, 더 나은 세상을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철학자는 인간에 대한 이원론적 견해를 가졌다. 자연의 일부인 몸은 죽지만, 변하지 않는 하늘 세상에 애착을 가진 선천적 불멸의 존재, 이성적 실체인 영혼은 죽음 이후 영원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신학자들은 원죄 가운데 태어난 인간이 죽음 이후 마지막 심판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으면 그 영혼이 적절한 몸과 재결합하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고 보았다. 

좀 더 이원론적인 철학자들과 육체와 죽음 이후 삶의 사회적 성격에 좀 더 가치를 두는 신학자들 간에 차이는 있지만, 관상의(사색적인) 삶이 실제적인 삶보다 더 높은 차원이라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이들에게 인간의 최고선은 "존재의 영원한 합일, 필연, 완성 등에 대한 지적 직관이나 관상에서 오는 영원한 행복"이다. 신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하느님의 비전, 지복(至福)이라고 하고 교리문답서는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고 영원히 누리는 것'이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최고 목적이고 종교적인 삶의 목표이며 직관적 지식, 절대적 지식이다. 최고 정점인 영원한 지식의 복된 상태로 향하는 여정은 유대인과 무슬림, 신비주의자들의 천국과 본질적으로 일치했다. 

그러나 이런 고대의 최고선 개념은 이미 사라져 '불멸, '영원' 같은 말은 비유적 방식으로만 쓰인다. '영원'은 실제로는 그저 죽음일 뿐이고 '불멸'은 명성일 뿐,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처음엔 강하게 쏟아붓다가 70~80년 뒤 사그라들 때까지 발산하는 충동, 감정, 본능 등의 에너지 묶음'으로 표현했다. 프로이트는 현실에서 좌절되는 쾌락 욕구는 절묘한 일종의 대체나 상징적 만족을 찾아 위로와 출구를 찾는다고 보았다. 이런 설명을 토대로 볼 때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자기표현의 과정이고 사회적 세상은 우리 각자가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극장이다.

종교적 삶은 우리 내면에서 하나님에게만 이야기하는 삶이 아니라 외향적, 감정적이고 표현하는 언어를 통해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종교적 상징은 치유와 화해이기 때문에 종교 수행은 우리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우리가 좀 더 외향적으로 되도록 도움이 되어야 한다. 다른 세상은 없기에 종교 수행은 마지막 심판과 죽음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자기 정화라는 개념을 버리고 좀 더 활기차게 되고 창조적이게 되고 사랑하게 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견해에서 인간을 위한 최고선은 태양처럼 살고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이고 지적인, 영원한 지복 상태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표현하는 것이며 삶의 습관이자 책임성이 요구되는, 온전히 이 세상의 것이다. 또 제약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숨김없이 솔직하게 밝게 열린다는 주제는 성경에서 하늘 세상이 이 세상으로 들어오는 것과 강력하게 연결된다. 우리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정보의 자유 법 덕분에 점점 더 그런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숨겨졌던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나 대중의 감시를 받는 것은 돌아온 주인이 장부를 펼쳐 점검하는 성경의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 탈근대적이고 초개방적, 초소통적인 우리의 현재 문화 상황이 윤리적으로, 종교적으로 예수가 갈릴리에서 선포하던 문화적 상황과 비슷하다. 

책임성과 개방성은 겉모습과 실제를 구분하는 것을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 세상의 끝이 오면 지구/하늘, 겉모습/실제모습, 공공/개인 등의 모든 구분이 사라지고 오직 절대적인 도덕적 선택의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을 헌신하고 드러내며 타인과 비교하는 것과 원망을 멈춰야 한다. 우연히 주어진 자기 삶을 받아들이고 헌신하는 것이 최고선이다. 예수는 이것을 가르쳤다. 그렇게 사는 것이 최고선이며, 우리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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