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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역할 바꾸기 (4)


(이어서) 베냐민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유다가 자기를 종으로 삼아달라고 간청한 것은 애당초 요셉을 (죽이지 말고) 노예로 팔자고 제안한 것이 유다이기 때문이다. 유다는 똑같은 상황에 처하자 이제는 동생을 노예로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자유를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유다는 완전한 회개를 위한 시험을 통과했고 요셉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그리고 요셉은 형들의 죄가 용서받았다고 두 번 선언했다. “형님들은 나를 해치려고 하였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그것을 선하게 바꾸셔서… 구원하셨습니다. 그러니 형님들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50:19~21) 창세기는 이처럼 화기애애한 말로 끝난다.
이삭과 이스마엘은 아버지의 장례식에 함께 했다고만 하고, 에서와 야곱은 서로 화해의 포옹을 하지만 각자 제 갈 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요셉과 형들의 이야기는 전체 화해 과정을 치밀하게 들려주며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간다. 문제는 용서(forgiveness)가 아니라 회개(repentance)이다. 용서는 쉽지만, 성격이 진정으로 바뀌는 회개는 어렵다.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의 형상’으로 만드심으로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다. 선을 행할 수 있는 자유는 악을 행할 수 있는 자유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자유의 하나님은 자유로운 인간의 자유로운 예배를 원하신다. 오직 자유를 지닌 존재만이 참된 ‘타자’이며, 타자의 자유와 존엄성은 하나님의 프로젝트에서 핵심이다.
인간의 자유는 운명과 팔자, 신들이나 별들에게 달려 있다는 말로 부정되었다. 또 하나님의 예정 탓이라거나(칼뱅), 물리적 결정론(스피노자), 경제적 힘(마르크스), 아동 초기의 경험(프로이트), 유전적 요소들(신다윈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히브리성서는 그런 결정론에 맞서서 자유에 대한 믿음, 곧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단언한다. 회개는 우리가 변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히브리성서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인류의 열쇠로서,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믿음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을 넘어,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믿음 이야기를 전해준다.
요셉 이야기는,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끝난다. 우리는 변할 수 있으며, 회개하고 성장할 수 있다. 요셉의 용서 선언은 역사를 새로운 틀 속에서 바라보는 종교적 비전, 복수와 보복의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하는 비전이다. 진정한 자유는 미래에 대한 선택의 능력 너머로 확장돼,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고통의 유산을 치유하는 자유가 된다. 창세기는 실수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실수들을 통해 우리가 변할 수 있음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역할 바꾸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에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은 내가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속한 ‘우리’와 내가 속하지 않은 ‘그들’과 타자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은 내면으로부터 다른 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하였다. 요셉은 역할 바꾸기를 통해 형들에게 타자됨을 교육하고 있다. 우리가 악을 자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희생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경험할 때다.
요셉 이야기의 탁월한 문학적 기교는 모순어(한 단어가 두 가지 서로 모순되는 의미를 가짐)라는 희귀한 언어적 현상에서 볼 수 있다. 히브리어 어근 n-k-r은 ‘알아차리다’와 ‘낯선 자’를 동시에 뜻한다. 이 모순어는 ‘인간은 친구들인가, 낯선 자들인가, 형제들인가, 타자인가?’라는 중심질문을 던진다. 창세기는 가장 깊은 의미에서 알아차림과 알아차리지 못함, 즉 타인을 위협으로 볼 것이 아니라 타인의 존엄성을 기꺼이 인정할 마음에 관한 것이다. 요셉은 형들로 하여금 형제가 낯선 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낯선 자도 형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모든 인류가 부모이신 하나님 아래 가족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임을 말해준다. 타인들이 형제가 되고 갈등이 화해로 변할 때, 우리는 가족으로서 사회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며, 또한 구원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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