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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희생양 (2)


(이어서) 프로이트는 부족의 여성을 아버지가 독점한 것에 대해 분개한 자녀들이 연합하여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역사 이전 시대의 일차적 폭력이었고 이에 대한 자녀들의 죄의식이 하나님, 즉 죽은 아버지의 음성이 양심의 소리로서 자녀들에게 내면화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지라르는 아직 질서를 위한 법적 체계(법, 법정, 감옥, 형벌 등)를 갖지 못한 초기 사회들은 타인이 자신에게 행한 그대로 보복하는 맞대응의 원칙을 실천했다고 본다. 문제는 끝없는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런 보복의 악순환은 한 번의 살인 행위에서 시작되어 유혈사태나 씨족 간 전쟁으로까지 확대된다. 
이에 대해 지라르의 논제는 두 집단이 보복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죽여도 또 다른 보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존재인 제3자를 죽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희생자는 아웃사이더로, 한 집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 또는 한 집단의 구성원이지만 보복적 폭력을 가할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어야만 한다. 아웃사이더를 희생시킴으로써 복수를 하지만, 양측 모두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느끼면서 그 희생자가 서로 싸우는 집단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복수의 악순환은 끊어진다. 여기서 지라르는 최초의 종교 행위가 인간을 희생시키는 것이며 최초의 희생제물은 희생양이고 종교의 기능은 집단을 파괴할 내부의 폭력을 외부의 타자에게 굴절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라르의 진술은 고대 세계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진술이기도 하다. 모든 사회에서 벌어지는 내부 갈등은 폭력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회에는 종교가 필요하며, 종교의 과업은 폭력을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 즉 그 폭력을 집단 자체 안에서부터 집단 외부의 희생자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폭력이 내부를 파괴하는 대신 바깥으로 돌리는 일이다.
이 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합의된 희생양이 있어야 한다. 그럴듯한 희생자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반목하는 양측과 충분히 비슷하여 현재 곤경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존재여야만 의미가 있다. 마녀나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이 오랜 세월 동안 번창한 음모론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희생양을 만드는 것과 관련하여 대체물과 음모론을 결합시키는 어려운 정신적 기술이 요구된다. 우리는 그 희생양이 전능하며 동시에 무기력하다는 것을 함께 믿을 수 있어야만 한다. 그 희생양은 실제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는 안 되지만 또 완전히 무기력해서도 안 된다. 그래야만 제거할 수 있고 곤경의 원인이라고 뒤집어씌울 수가 있다. 이처럼 서로 모순되는 믿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은 한 문화 속에서 희생양 기제가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조이다.
지난 천 년 동안 유럽과 중동에서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은 유대인들이었다. 그들은 가장 눈에 띄는 아웃사이더들이었다. 유럽에서는 비기독교인들이었으며 중동 지역에서는 비이슬람이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의 희생자들이지 원인이 아니다. 원인은 문화 안에서의 갈등이다. 지라르의 요점에 따르면 강박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살인적인 반유대주의를 발견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그 문화가 내부적으로 너무 분열되고 부서져서 그 사회 구성원들이 유대인들을 죽이는 것을 중단한다면, 그들이 서로를 죽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일이 17세기 유럽(종교전쟁)과 20세기의 세계대전, 오늘날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전쟁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유대인이 처음 희생양이 된 역사적 순간은 1096년 제1차 십자군이 출정하면서 북유럽 유대인 공동체들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의 유럽에서 살아가던 유대인들은 우물에 독을 풀고 재앙을 퍼뜨리며 흑사병을 일으킨 악마로 간주되었다. 1391년에는 스페인에서 ‘수정의 밤’이 벌어져 회당 등이 불타고 유대인들이 대량 학살당했으며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일부는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그런데 유대인이라는 명백한 종교적 원인이 제거되었지만, 여전히 미움을 받았다. 종교 때문이 아니라 종족 때문이었다. 순수혈통 보호법 등 역사상 처음 도입된 종족적 반유대주의는 그 후 450년 동안 유럽 중심부를 휩쓸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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