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천상의 권세들과 민중의 힘 (1)

◆ 파괴적이며 게걸스러운 네 번째 짐승   다니엘은 꿈에서 네 마리의 거대한 짐승을 보았다. 하늘 법정에 참석한 자 중 하나가 그 짐승들을 연속해서 일어나 유다 민중을 통치한 네 개의 대제국, 즉 바빌론, 메데, 페르시아, 헬라라고 설명했다. 이중 마지막 제국은 알렉산더의 계승자들로 프톨레미 왕조(이집트)와 셀류시드 왕조(시리아)였다. 네 번째 짐승은 후에 로마로 이해됐다. 이 환상은 기원전 6세기의 것으로 가정되는데 가장 폭력적인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가 통치한 기원전 169-168년에 유다인들이 처한 상황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자료들도 일부 서기관 집단이 황제에게 적극적으로 저항한 사실을 보여준다.

성서학자들은 이런 갈등을 유대교와 헬레니즘 사이의  '문명의 충돌'로 해석했지만 21세기 초 서구사회와 이슬람의 갈들을 문명의 충돌로 지나치게 단순화하는데 이용되었다. 최근의 비판적 분석에 따르면 세계관이나 경제생활과 관련된 상업화와 관련된 헬레니즘은 유다 지역 촌락들 속으로 강력하게 침투하지 못했다고 본다. 우리는 왜 유다인들이 헬라 제국들과 극심하게 갈등했고 뒤이은 로마의 통치에 끈질기게 저항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제2 성전기 유다 사회에서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것은 서기관 계층, 즉 성전국가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사제귀족들의 자문관으로 봉사하는 지식인으로 국한되었다. 본문을 생산하고 발전시키는 유일한 전문가이자 성전국가와 밀접하게 관련된 서기관들은 지혜 전승만이 아니라 계약적 토라 전승과 예언자 전승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잠재적으로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보호하는 유다의 문화유산에 헌신하면서 그들에게 권력을 제공하는 제국 정권에 취약한 사제귀족들에게 충성하는 사이에 놓였다. 페르시아 제국 아래 있을 때 서기관들과 레위인, 일반 제사장들은 페르시아에 바칠 조세 징수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성전세와 십일조로부터 얻는 유익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였다. 그러나 헬레니즘 제국의 통치와 예루살렘 성전국가 사이의 관계는 변하기 시작했다. 로마 통치에 맞서 광범위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 원인으로 우선 제국의 폭력과 경제적 착취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왕조들의 전쟁과 마카비의 반란, 로마와 하스몬 가문의 제사장들 사이의 내전 등 계속되는 전쟁에서 농작물을 세금으로 바치고 경작지와 집이 폐허가 되었으며 가족들이 학살당하고 노예가 된 민중이 가장 고통을 받았다. 로마는 유다와 갈릴리 농민들의 반란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둘째로 헬라 제국들은 정복지의 지배층을 제국의 지배 문화에 동화시키기 위해 권력과 지위, 부를 제공한 것을 들 수 있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문화 역시 헬라 제국의 권력과 관계의 필수 양상이었다. 헬라어와 헬라의 정치 형태에 적응한 도시의 특권자들과 부유한 시민들은 시골 토착민을 통제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했다. 헬라 문화는 이들을 구별하게 했다. 발전되지 않은 유다 같은 지방에서 제국의 행정과 세금 징수 업무를 따내는 것은 명성과 부, 지위를 추구하는 지방 유력인사들에게 기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제국의 지배 문화에 동화되어야 했다.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사람이 세금 징수 자격을 받았고 농민의 생계를 해치는 가혹한 높은 세금 비율이 결과로 나타났다. 야망 있는 젊은 귀족들은 개인적 권력과 지위 획득을 넘어 예루살렘을 헬라 도시로 바꿈으로써 헬라 세계에서 존경받고자 하여 새로운 도시와 김나지움(신체 훈련 학교) 같은 기관을 세웠다. 자기 백성을 경제적으로 착취하여 제국의 문화에 동화된 것이다.

끝으로 반역을 통제하는 지역의 지배층을 지원하기 위해 제국 정권이 취한 조치들이다. 헬라 제국 정권들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 귀족들과 도시 지배층에 의존했기 때문에 지방의 반란을 진압하고 지방 권력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사람들은 도시가 헬라화되는 것을 반대했고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황제는 그 저항의 진압을 위해 군사용 코끼리를 포함한 압도적 군사력의 군대를 보냈다. 진압이 끝난 후에도 수비대는 남아있었다. 제국 통치자들은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적인 통치를 포기하고 압도적인 군사력 사용으로 회귀하여 유다 지방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