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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희생자 (2)


◆ 로마의 황금시대  제국을 하나로 묶었던 두 번째 큰 힘은 이념적인 것, 신학적인 것이었다. 로마인들의 정신세계는 속속들이 종교적이었다. 그들에게 로마의 평화는 신들이 정한 축복과 평화의 위대한 시기로, 과거에 이미 예견되었고 신의 선택을 받은 백성들에게 다시 전수되도록 예정된 황금시대였다. 즉 고결한 삶을 산 로마인들에게 신들이 준 선물이다. 평화, 국경안정, 영토 확장을 통해 로마에 더 큰 영광을 안겨 주고 풍요롭게 한 것도, 개인적으로 신들의 은총을 받은 것도, 그 중심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있었다. 대중들의 인상에 그는 다름 아닌 신들의 메신저, 신의 아들이었다.
로마 전통은 인간을 신적 존재로 보는 것을 막았지만 로마의 최고 대제사장이기도 한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경건한 감정을 이해하였고 이용하였다. 그래서 시대의 전환을 알리며 회개와 감사, 공식적 희생 제사와 기도, 행진, 화려한 볼거리와 오락이 있는, 종교적-정치적 기획물 '백년축제'를 부활시켰다. 이렇게 아우구스투스는 고대의 경건과 전통적 가치들, 평화와 명예, 수치, 고전의 미덕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고 제국은 그들의 정치적이며 정신적 지주인 황제의 경건과 위엄에 의해 보증된 운명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이념은 로마가 정복한 식민지들에서 강하게 표출되었다. 식민지 지도자들이 황제와 로마에 대한 충성심을 경쟁적으로 표시하였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신전들과 8월을 그의 이름을 따 아우구스투스(August)라고 정한 것이 그 예다.

◆ 또 다른 제국, 또 다른 하나님  예수는 아우구스투스의 황금시대에 황제숭배를 위한 제사와 제국 신학이 강하게 작용한 로마제국의 동쪽 속주에서 태어났다. 유대의 통치자 헤롯 대왕은 큰 항구와 도시를 지어 황제의 이름을 따 가이사랴라고 붙이고 로마와 황제를 위한 어마어마한 신전들을 지어 그의 후견인인 아우구스투스를 자랑스럽게 했다. 그러나 이런 로마의 평화를 예수 같은 사람은 어떤 의미로 느꼈을까? 
예수는 목수 혹은 일반적 장인(匠人)이었을 것이다. 농경시대에 땅에 근거를 두지 못한 목수 가족은 농부보다도 주류사회에서 소외되었다. 무거운 세금과 공물, 연체금의 채무는 본인은 물론 가족, 친척, 심지어 이웃과 마을 주민들에게 떠넘겨졌고 잔혹하고 모욕적인 방법으로 수금됐다. 로마의 평화는 제국, 후견인 체제, 세금 징수와 분배 체제에 속했던 사람들에게만 해당하였고 예수나 예수와 함께했던 어부, 성매매 여성, 나병환자, 걸인, 장애인, 귀신 들린 사람 같은, 대부분의 소모품 범주의 사람은 체제의 변두리에서 근근이 살아갔다.
그러나 예수는 평범한 소모품이 아니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성찰하였으며 또 다른 제국, 모든 가난하고 억압당하며 박해받는 이들이 첫째가 되는 '하나님의 제국'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제국은 이미 지상에 퍼져 있었으나, 단지 사람들이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신적 존재인 아우구스투스의 제국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왜 예수는 하나님의 제국을 말하였겠는가! 그러나 로마제국 아래에서 이런 발언은 범죄였다. 
예수는 후견인-의뢰인 체제로 지탱되는 사회에서 그 영역 밖의 삶, 서로 돌보고 서로 양육하며, 서로 지원하는 삶을 그렸다. 이것이 예수가 하나님의 제국에 대해 갖고 있던 개념의 핵심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값없이 선물을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후견인으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는 분이다. 하나님의 식탁은 의뢰인의 충성도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었다. 심지어 예수는 아버지나 어머니, 형제자매를 미워하라는 말을 통해 후견인 체제의 가족 관계를 다시 규정하였다. 제국이 제공하는 것들을 분배하는 데서 가족이 근본적 역할을 했던 장원사회의 후견인 체제라는 상황 속에서 이해할 때 이 난해한 말들이 가장 잘 이해된다. 아우구스투스는 제국을 결집하는 전체 후견인 체제의 핵심으로 가족의 충성심을 보았고, 예수는 그 핵심을 해체하고 새로운 충성심에 기초한 가정을 세우려 한 것이다. 또 다른 제국, 또 다른 신, 즉 하나님을 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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