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희망의 권능 (3)

◆ 새로운 희망 : 임박한 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있다.”, “너희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나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예수의 선언과 행위들은 붕괴된 가족과 공동체로 절망하는 촌락민들을 놀라게 하면서 또 힘을 얻게 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파라오 치하의 조상들의 울부짖음을 들은 것처럼 카이사르와 헤롯 통치 아래의 민중의 부르짖음에 반응한 것이다. 이런 행위 연설은 효력을 발휘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예수의 선언이 그것을 듣는 촌락민들과 공명했을 때, 하나님의 복은 그들에게 실제적으로 나타났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에 관해 선언할 때 예언자처럼 신적인 권위를 가지고 말했고 농민들이 그 권위를 인정하면서 상호작용이 일어났다. 이 권위에 대한 증언은 예수가 세례 요한의 권위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물으며 예루살렘의 권위자들과 충돌하는 에피소드들에 잘 담겨있다.

최근의 해석자들은 예수가 말했던 고대 갈릴리 촌락의 삶의 구체적인 환경과 그에 대한 공명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예수가 말한 양식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그의 선포의 의미를 우주적인 대재난의 마지막 시기에 놓여 있는 세상에 대한 것으로, 예수를 개인적이며 영적인 나라에 대해 말하는 현자로 오해해왔다. 복음서 전체 이야기를 고려하지 않고 개별적인 말씀으로만 취급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이스라엘 전통에 깊게 뿌리 내린 출애굽이라는 핵심적 상징, 즉 민중이 착취를 일삼는 인간 왕으로부터 독립하여 왕이신 하나님의 직접 통치를 받으며 사는 삶에 대한 핵심적 상징이며 종교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또는 정치·경제적 상징이었다. 하나님의 직접 통치는 전체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물론이며, 모세 계약의 원칙들에 의해 여전히 지역의 상호 작용이 통제되는 촌락공동체에게 이상적인 것으로 남아 있었다. 문맹인 농민들은 문학적 유물을 거의 남기지 못하였지만, 서기관 공동체들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직접 통치 아래 사는 독립적인 삶을 갈망했다. 그러나 이상과 기대는 극명하게 대조되었고, 로마 제국과 헤롯가, 예루살렘 대제사장의 통치 아래 놓인 갈릴리 농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억압적인 통치, 새로 건설된 도시들을 위한 살인적인 세금 징수로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채 만성적 굶주림과 과중한 빚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한 고투를 벌여야만 했다.

예수는 바로 이런 촌락민들에게 “가난하고 굶주리고 애통한 너희가 복이 있다.”라는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예수의 선포는 초기 이스라엘의 독립적 삶에 대한 강력한 기억에 의해 형성된 오랜 희망을 소환하였고 농민들은 활력을 갖기 시작했다. 하나님 나라는 개인의 영적인 실재와 거리가 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것이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에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포함된다. 주의 기도 안에서 강조되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도래는 충분한 음식과 빚의 면제, 심지어 촌락공동체 구성원 상호 간의 빚의 면제를 의미한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또 다른 자격은 경제적 착취에 맞서 계약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착취를 일삼는 부자들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가 굶주린 사람들에게 베푸는 풍요로운 큰 잔치로 상징되는 이스라엘 민중의 갱신을 뜻한다. 흩어진 민중이 동서로부터 하나님 나라에 들어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함께 식탁에 앉을 것이라는 약속처럼 예수는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월절 식사의 마지막 만찬에서 계약 갱신을 위한 예식적인 식사를 미리 보여준다. 하나님 나라는 분명 우주적 대 재난 안에서 일어나는 세상의 묵시적인 종말과는 거리가 멀게, 예수의 선교에 대한 민중의 반응 안에서 발생한다. 예수는 더욱 정교한 비유 이미지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싹이 트고 자라나 공중의 새들이 둥지를 틀 정도의 나무로 성장하는 작은 겨자씨와 밀가루 반죽을 부풀려 커다란 빵을 만드는 한 줌의 누룩에 비유한다. 그리고 땅에 뿌려진 씨앗은 커다란 장애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수확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