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희망의 권능 (4)

◆ 공평한 경제     주의 기도는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매일 필요한 양식을 주소서’, ‘우리에게 빚진 자들을 면제해준 것 같이 우리의 빚을 면제해주소서’,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라는 네 개의 청원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청원은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서, 하나님이 직접 자기 백성을 통치해 달라는 호소이다. 나머지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매우 구체적인데, 통치자들의 권력이 농민의 노동력과 산물을 착취하여 생존을 위한 농민들의 능력을 고갈시켜버리는 현실을 함축한다. 매일 필요한 양식을 위한 절실한 청원은 그들이 처한 절박한 굶주림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계약 전통은 촌락민들이 가난한 이웃들에게 이자를 받지 않고 아낌없이 돈을 빌려주도록 장려했다. ‘불의한 청지기’ 비유에 따르면 곡식에는 25%, 기름에는 100%의 이자가 붙었다. 결국 농민들은 땅을 빼앗기고 자녀들을 채무노예로 팔게 됐으며 가족과 촌락공동체는 붕괴하였다.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생계를 유지할 양식과 빚의 면제를 청원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공평한 경제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세 번째 청원에서 빚의 면제를 탄원하는 민중은, 모세의 계약 전통에 있는 경제 원칙들에 따라서 자신들이 타인의 빚을 면제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가복음에 나오는, 정결에 대한 바리새인의 집착을 비판하는 에피소드들의 근저에는 민중의 경제적 생계를 책임져야 할 성전국가의 대표자들에 대한 비난이 깔려있다. 예를 들어 예수는 소산물 일부를 바치라는 바리새인에 반대하면서 그것이 연로한 부모들을 부양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가복음은 바리새인들이 민중에게 재산을 성전에 바치도록 장려함으로 재산과 집을 빼앗는다며, 그들을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자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예수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퍼부은 저주 시리즈는 율법주의나 정결법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탐욕과 악독, 위선 때문이었다. 그들은 농민들에게 십일조 납부를 촉구하며 ‘고르반’ 같은 또 다른 추가적 방법들을 고안함으로써 민중에게 경제적 압력을 가중하였다. 이에 대한 예수의 비난은 민중으로 하여금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가 그들에게 더욱 공평한 경제적 삶을 제공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하였다. 

◆ 힘을 불어넣어주는 "복음"의 전파    마가복음은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이야기 같은 에피소드를 통해 예수의 명성이 어떻게 정치적 관할구역을 넘어 촌락들로 확산하였는지 보여준다. 예수는 당시 농경사회의 일반적 의사소통과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제자들에게 다른 촌락들로 들어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보여주며 그곳에서 민중과 더불어 사역하고 머물라는 임무를 주었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의사소통 네트워크를 확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확장된 흥분/동요는 민중 사이에서 어떤 능력을 만들어냈다.

많은 민중운동 연구들은 ‘복음’의 급속한 확장이 독립하여 더 나은 삶을 살고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에서 살기 위한 전통적 권리의 회복을 갈망하는 농민들 사이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제안한다. 급속히 확산된 이 소문으로 기층민중은 추진력과 저항의 힘을 모은다. 권력자들의 폭력적 강압과 굴종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는 선포를 듣자마자, 농민들이나 노예들은 흥분되어 그 소식을 확산하고 임박한 해방을 열렬하게 고대했다. 문화적 동요는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결과들을 가져왔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은 정치적으로 흥분된 소문이 광범위한 대중 운동들과 심지어 농민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의 기도의 마지막 청원은 예수의 선교에 개입하는 것은 결국 지역이나 제국 당국자들에 의해 체포되고 재판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있고 또한 치유와 귀신축출을 통해 그 나라가 나타난다는 예수의 선포는 민중운동을 발생시켰다. 민중의 오랜 열망이 예수의 치유와 축귀, 하나님 나라의 현존에 대한 선포 안에서 성취되었다는 보도의 확장은 모임의 동력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복음’의 전파가 민중을 모으는 동력이 되긴 했지만, 예수 선교의 초점은 촌락공동체의 갱신에 있었고 외부 세력들에 맞서는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생성되는 지역 민중의 권력을 위한 장기적 토대를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