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계약공동체의 집단적인 힘 (3)

◆ 마가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계약 갱신    마가복음에서 예수가 자신의 사역에 대한 반응으로 생겨난 운동의 공동체 생활에 초점을 맞춘 대화를 할 때 이야기의 속도가 느려진다. 예수의 가르침은 쿰란공동체 같은 계약 갱신의 사회정치적 운동 문서들과 유사한 문제를 다룬다. 예수는 혼인 문제에 이어 공동체 구성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 관계들, 정치 지도력에 대해 말한다. 이런 연속적인 대화들은 예수가 촉진한 운동을 통해 형성된 공동체를 위한 갱신된 계약 헌장을 구성한다. 

원래 모세의 계약처럼 마가복음의 예수 계약 가르침도 평등한 계약 경제와 관계들에 가장 큰 관심을 둔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묻는 부자 젊은이에 대한 예수의 반응은 계약 계명들이 경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수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여섯 개의 계명을 인용하지만, ‘탐내지 말라’를 ‘속여서 빼앗지 말라’로 대체하여 부자들이 어떻게 많은 부를 소유하게 되었는지를 함축한다. 농경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재물을 탐내는 것은 땅을 빼앗겨 임금노동자가 된 사람이나 일용할 양식을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 같이 취약한 사람을 사취하는 것을 암시한다. 

예수께 나아와 영생을 얻는 방법에 대해 질문한 부자가 자기가 가진 재물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라는 예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은 것은 그의 재산이 사취한 것임을 드러낸다. 이스라엘 계약 사회에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취약한 사람을 속여 빼앗는 것, 고리 이자를 붙여 빌려주고 결국 채무자의 땅과 가족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가능했다. 자기 재산을 늘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착취하지 말라는 것에 대한 이 부정적 이야기는, 청중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지역의 상호협력과 상호부조의 계약 가치들에 헌신하도록 유도하고 착취 세력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서 예수는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말하며 평등한 경제를 위한 계약의 엄중한 요구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한다. 여기에서 부자 지배자들과 착취자들에 대한 농민의 적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이야기의 요점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기준은 단순하고 명료한 계약 경제 원칙들이라는 점이다.

이 부자가 떠난 후 베드로는 예수를 따른 자기들이 받을 상은 무엇이냐는 이기적인 질문을 한다. 이에 예수는 현세에서 가족과 전토를 백 배나 받는다는 ‘이 세상적’ 답변을 한다. 또 예수 운동의 모든 투쟁 후에 “지금 이 세대”에서 그 계약 관계의 회복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물론 적대적인 통치자들의 폭력은 사라지지 않아 가족과 촌락의 회복은 ‘박해’와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예수의 이 마지막 선언은 계약 경제에 관한 교훈을 완성한다. 약속된 백 배의 보상은 동기를 부여하는 상벌 지침을 구성하지만, 계속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냉철한 현실주의를 수반한다. 취약한 사람을 착취하여 부자가 되는 것을 금하는 평등주의 경제 원칙들을 준수하는 것은, 계속되는 제국의 지배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사람에게 풍성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어지는 예수의 대화는 갱신된 사회에서 정치권력 관계들도 평등하게 된다고 선언한다. 하나님 제국의 좌·우측에 높은 권력의 자리를 요구하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예수는 갱신된 계약공동체의 정치 관계들에 관한 마지막 원칙을 명확하게 밝힌다. 예수는 십자가 처형을 당하였고 그 좌·우측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산적(강도)들이 차지했다. 예수는 압제적인 통치를 위해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는 황제들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며 그의 프로그램이 제국 통치와는 정반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갱신된 계약 사회에는 그 어떤 통치자, 그 어떤 권력자도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지도자들은 오히려 타인들을 섬기면서 공동체에 힘을 불어넣는다. 이 말씀들은 예수가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관계들 안에서 공동체를 재활성하고, 그 공동체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선교에 종사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시사하며, 이로 인해 공동체들이 응집력 있는 계약공동체로서 자신들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의 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유지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