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참인 성질 또는 상태로 사실이나 실제와 일치해야 한다. 증언 행위, 사실에 관한 특정 주장, 일반화, 믿음, 가설, 이론, 지식과 주제 영역 전체가 대상이며 특정한 표준 과학 방법, 비판적 역사적 방법, 재판 등 모든 증거를 확인하는 적절한 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시험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진리는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하는 것에 관한 현재의 합의로 작동한다. 현대의 발전한 사회는 공적으로 수립된 방대한 분량의 이런 종류의 진리를 가지고 있지만, 종교나 도덕, 일상생활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진리라는 단어가 대부분 충성, 신뢰, 신용 같은 ‘도덕적 진리’를 의미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진리 사이의 구분은 크게 확대되었다. 우선 객관적 진리의 양이 매우 방대하고 대부분 전문가에 의해 차갑고 치밀하고 비인간적 목소리 톤의 낯선 전문 용어로 표현된 전문가 진리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삶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삶의 일부가 아닌 것들이고 힘도 없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비판적 사고와 지식은 엄청나게 발전했고 새로운 기술의 광범위한 기반이 되며 우리 삶이 놓인 틀은 크게 변했지만, 삶 자체는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가 직업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의 양은 비판적으로 수립된 방대한 양의 지식 중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것은 오늘날 세상 속에서 지식과 진리의 가치가 많이 하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식은 수만 가지 다양한 전문 직업 가운데 분산되었고, 모든 것을 아는 사람도, 알고자 하는 사람도 없다. 

과거에 철학이 저 높은 세상의 영원한 진리를 명상하던 시대에는 지식이 높이 평가되었고 하느님의 절대 지식과 진리는 저 너머에 있었다. 영원하고 복을 주는 진리, 명확하고 객관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이 땅에서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명백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 이후 초점이 저 위에서부터 현재의 이 세상으로 이동하였고 절대 지식은 현대식으로 비판적으로 수립된 전문가 지식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삶은 편안해졌지만, 별다른 변화는 가져오지는 못했다. 이렇게 전문가 진리와 도덕적 진리 사이의 차이를 만나게 된다.

일상 언어는 다양한 파워게임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위한 설득의 도구가 되었다. 도덕적 진리는 매일의 전쟁에서 의지할 수 있고 의지해야 하는 신뢰감과 신용이 되었다. 삶은 미시정치이고, 도덕적 진리는 소란한 일상 중에도 고민할 필요 없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현대의 자유 민주 사회가 정치, 도덕, 종교적으로 매우 다원적이라는 까다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민족, 종교, 세대 등 충성의 대상과 도덕적 유형의 진리도 다양해졌다. 더 심각한 것은 광범위한 진리 검증 수단이 오히려 현대 사회에 재앙이 되고 있고 서로 다른 도덕적 진리들 사이의 오랜 갈등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각 대형 종교 안에서 신앙의 강도가 상당히 약화되었지만, 신자 대부분은 완고하게 비판 이전의 신앙고백을 유지하였고 다른 종교 전통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종교적 진리와 도덕적 진리는 순전히 정치적으로 보인다. 그러니 종교와 도덕에 대한 의견이 지적인 용어가 아니라 보수적, 자유주의, 급진적, 극단적, 온건, 엄격 같은 말로 기술되는 것이다. 도덕적 진리의 영역은 우리 삶의 정책을 형성하는 여러 가치에 관한 것과 충성의 종류와 정도에 관한 것이 전부이다. 

우리는 고질적인 종교 갈등 없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전적으로 사교적이며 평화적이면서 도발적이지 않은 참된 종교를 누리며 살기 원한다. 그래서 초자연 세계, 신들과 영들에 대해 검증 불가능한 주장을 펼치는 악명 높은 종교 도그마를 포기하고, 검증 가능하고 실용적인 전문가 진리와 우리가 행해야 할 도덕적 진리에 우리 자신을 제한해야 한다. 또 종교가 사람을 삶에 연결시키는 한 방식이고 삶을 형성하는 가치일 뿐임을 인정하고, 전적으로 삶을 긍정하고 어떤 배척이나 비난의 움직임도 취하지 않아야 한다. 이 삶의 윤리는 유일한 공통의 객관적 기초인 단순한 박애주의, 인간애이다. 이것이 현재의 진정한 종교이다. 아는 만큼 최대한 온전히 긍정적으로 표현하며 사는 것! 이제는 삶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고, 모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