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완결도서 모아보기

[예수와 권세들] [수난을 넘어서] [원복]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onlysky.jpg

철학_ 4. 형이상학이 끝난 이후의 실재


우리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끈질기게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가정 중 하나는 우리가 만들어졌으며, 이미 질서 정연하고 온전히 형태를 갖추어 시계 장치처럼 동작하고 있는 세상으로 우리가 들어오게 되었다는 가정이다. 이것을 믿는 이유는 우리 문화의 전통인 창조 신화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온전한 형태를 갖춘 그런 세상을 그리스어로 코스모스라고 부른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권능이 코스모스의 객관적 실재를 보증하고 하느님의 지혜가 그 질서를 보증한다고 여긴다. 
플라톤은 눈에 보이고 안정되지 않은 세상의 ‘질료’와 질서를 부여하는 보편적 지적 원리인 보이지 않는 세상의 ‘형상’을 구분한다. 후대의 기독교 창조주는 훨씬 웅장하게도 무로부터 세상의 질료를 창조한다. 그리하여 우리 전통에서 주변에 이미 만들어진, 온전한 형태로 잘 돌아가는 세상이 있다는 믿음은 마침내(기원후 1215년) 순전히 신학적인 믿음이 되었고, 사도신경으로 확언되었다. 세상이 실재하는 이유는 하느님이 그렇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뉴턴의 물리학 이후 이런 논리와 믿음이 흔들려 하느님이 사망했다고 여겨졌음에도 과거의 실재론적 세상과 신학적 믿음은 유지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님 없이도 세상이 박살 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과학 이전의 사고에서는 신들이 우리를 안심시켰지만, 지금은 어떤 형태든 과거의 세상 속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다. 우리가 거주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려면 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질서정연해야 한다. 신들을 믿던 시대에 사람들은 신들이 우리가 살기에 적합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혜 가운데 수고를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신들이 떠나고 우리에게 남은 거라곤 과학적 세계상뿐인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세상의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누구, 무엇인가? 
임마누엘 칸트는 1781년 ‘순수이성비판’을 출판하여 태초에 신들이 모든 것을 행했다는 창조신화 대신에, 우리가 어떻게 그 일을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에게 ‘개념’은 인간의 이해 속에 내재된 일반적인 생각과 규칙이고 ‘직관’은 단순히 경험에서 오는 미가공 자료인데, 모든 지식은 정신이 경험을 해석하는 것과 연관된다는 것이다. 즉 지식이 전적으로 경험 세계와 분리될 수 없고 ‘교리적 형이상학’은 죽었다는 뜻으로, 우리는 사물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절대 지식을 가질 수 없고 우리의 세상만 가질 뿐이다. 관점 없는 상태로 절대적 세상을 가질 수 없고 결코 세상을 넘어설 수 없다. 칸트는 우리가 어떤 세상을 가지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지금 하는 것처럼 세상을 구축해야 하고, 그것을 객관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세기 뒤에 젊은 니체(다윈이후주의)는 “하느님은 죽었다. 사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진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환상이다.”라고 말했다. 또 하이데거는 ‘1840년경 젊은 마르크스의 사상 속에서’ 형이상학이 명백하게 종말을 고하였다고 했다. 전통적 유신론은 하느님과 그의 피조세계, 그 안에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적합성과 하느님과 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강력한 의식을 주었다. 세상의 역사는 하느님이 미리 정한 것으로 그렇게 일어나야만 했다는 예정론적이었다. 
그러나 17세기 들어 르네 데카르트에 의해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수리 물리학으로 ‘객관적 실재성’을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과학을 적용하다가 혼란에 빠져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갔지만, 더 많은 의심을 품게 되었다. 니체 이후 철학은 점점 더 회의적이 되거나 잃어버린 ‘절대’에 대해 너무 초조해하지 않도록 설득할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객관적 하느님과 객관적인 가치는 이슬람주의자들만이 믿는다. 그렇다면 보수주의자는 이슬람주의자들의 최후 승리를 환영해야 한다. 그 반대로 데카르트, 데리다, 보드리야르에 이르는 여정이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객관적 실재에 대한 걱정을 접고, 교리적 믿음을 포기해야 하며, 일상의 종교이자 세상을 예술로 다시 만드는 작업인 태양의 윤리를 실천해야 한다. 
?

  1. [우리 위에는 하늘뿐] 철학_ 6. 삶, 그리고 나의 삶

    철학_ 6. 삶, 그리고 나의 삶  1998년 즈음 나는 존재, 삶이라는 단어에 근거하여 나의 철학을 재구축할 것인지를 놓고 나 자신과 논쟁을 벌였다. 내가 이런 문제를 반추하던 시기는 현대 대륙철학, 특히 프랑스 구조주의와 탈 구조주의 사상을 따라잡겠다는...
    Date2024.03.02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2. [우리 위에는 하늘뿐] 철학_ 5. 언어와 바깥없음성(outsidelessness)

    철학_ 5. 언어와 바깥없음성(outsidelessness)  플라톤이 지배했던 기원전 350~기원후 1800년경에는 과학과 관계있는 감각적 아래 세상과, 선험적 철학과 영원하고 순수한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위의 세상 사이에 날카로운 구분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
    Date2024.02.24 By좋은만남 Views2
    Read More
  3. [우리 위에는 하늘뿐] 철학_ 4. 형이상학이 끝난 이후의 실재

    철학_ 4. 형이상학이 끝난 이후의 실재  우리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끈질기게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가정 중 하나는 우리가 만들어졌으며, 이미 질서 정연하고 온전히 형태를 갖추어 시계 장치처럼 동작하고 있는 세상으로 우리가 들어오게 되었다는 가정이...
    Date2024.02.17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4. [우리 위에는 하늘뿐] 철학_ 3. 진리

    철학_ 3. 진리  진리는 참인 성질 또는 상태로 사실이나 실제와 일치해야 한다. 증언 행위, 사실에 관한 특정 주장, 일반화, 믿음, 가설, 이론, 지식과 주제 영역 전체가 대상이며 특정한 표준 과학 방법, 비판적 역사적 방법, 재판 등 모든 증거를 확인하는...
    Date2024.02.10 By좋은만남 Views2
    Read More
  5. [우리 위에는 하늘뿐] 철학_ 2. 지식

    철학_ 2. 지식  과학시대 이전에는 인간이 자신을 이성적 질서가 부여되어 있고 통합된 세상인 ‘우주’ 안의 이미 만들어진 존재라고 결론 내린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때에는 세상을 어느 곳이든 조물주의 손길이 드러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했을...
    Date2024.02.03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6. [우리 위에는 하늘뿐] 철학_ 10. 해결책 : 태양처럼 살아가기

    철학_ 10. 해결책 : 태양처럼 살아가기  영어 단어 ‘standard’는 ‘깃발’ 혹은 ‘표준’이라는 뜻도 된다. 표준은 우리 바깥에 있는 공적 대상으로 마음이 끌리고 충성을 바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실재적이지만, 우리는 비실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종교는 지...
    Date2024.03.30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7. [우리 위에는 하늘뿐] 철학_ 1. 비판적 사고

    철학_ 1.비판적 사고  오래된 '세계 종교들'은 대부분 철학 전통과 밀접한 관련 속에 발전해 왔다. 유대인과 기독교인, 무슬림 모두에 공통인 표준 윤리적 유일신 사상은 이미 철학이 전제되어 있다. 하느님에 대한 이런 정통 교리는 플라톤 철학 배경을 가...
    Date2024.01.27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8. [우리 위에는 하늘뿐] 종교_ 13. 해결책 : 커밍아웃

    종교_ 13. 해결책 : 커밍아웃 태양처럼 살아가는 것은 전통적 영성 상당 부분의 방향을 뒤집는다. 축의 시대(기원전 약 800~200년)는 사람들이 열정의 폭력성과 잠재적인 유해성에 놀라고, 이 세상에서 안정된 사회 또는 흔들림 없는 개인의 행복을 성취하기 ...
    Date2024.04.20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9. [우리 위에는 하늘뿐] 종교_ 11. 해결책 : 인도주의적 윤리

    종교_ 11. 해결책 : 인도주의적 윤리  ‘윤리’는 17세기의 영성과 같은 뜻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방향을 정하고, 인도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므로 영성이나 개인 윤리의 첫 번째 질문은 내 삶에 대한 나의 이해, 내 삶이 속하는 더 큰 생명의 흐름에 ...
    Date2024.04.06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10. [우리 위에는 하늘뿐] 왜 옛 종교들은 죽었는가_ 16. 빛의영역, 둘러싼 어둠

    왜 옛 종교들은 죽었는가_ 16. 빛의영역, 둘러싼 어둠 밝게 불이 켜진 도시나 숲속 개간지에 모닥불을 펴놓고 모여 있는 사람들이나 모두 불에 의지하여 자신들을 둘러싼 미지의 무엇인가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대의 ...
    Date2024.05.11 By좋은만남 Views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