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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_ 5. 언어와 바깥없음성(outsidelessness)



플라톤이 지배했던 기원전 350~기원후 1800년경에는 과학과 관계있는 감각적 아래 세상과, 선험적 철학과 영원하고 순수한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위의 세상 사이에 날카로운 구분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철학은 시간, 존재, 의식, 언어같이 언제나 전제되고 가까운 것들과 분리될 수 없다고 한다. 철학은 위가 아니라 뒤로 물러설 때 그 영역을 발견한다. ‘의식의 문제’는 우리가 그 안에 있으므로 정확하게 기술하기가 매우 어렵다. 의식은 공기이고 삶이며, 의식이 없다는 것은 알지도, 알 수도 없다. 바깥이 없는 정신은 의식 밖에서 존재할 수 없다. 시간, 존재, 의식, 언어 등은 바깥이 없다. 인류가 매혹적이고 지속적인 수많은 환상에 빠지는 것은 우리가 바깥없음성의 진실을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한하고 시간적인 존재인 우리는 거대하고 복잡한 목표를 순차적으로 한 번에 하나씩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이 삶의 법칙이다. 우리는 언어를 뛰어넘어 신앙, 사랑, 지적 열정의 대상과 즉시 교감하기를 원하지만, 다만 우리는 언어로 포장된 채로만 가질 수 있다. 이차적이고, 상징적이고, 모호한 언어의 성격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당신과 신 사이의 순전하고 살아있는 상호적 현존, 증명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합리적 필연성을 꿈꿔왔다면, 꿈 깨시라. 오직 조금씩만, 한 번에 하나씩만, 그러나 명료하지 않은 채로 얻을 수 있다. 순수한 직관의 수준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의 부차성, 언어성이고, 일시성이고,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모호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낮은 세상에 갇힌 것이 아니고 우리는 그저 우리일 뿐이다. 이 말은 신앙을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다.
서양의 비판적 사고 역사는 환상에서 벗어난 각성 과정의 역사다. 인간은 단순하게 우리 삶이 삶 자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확고한 기쁨과 영원한 보물이 있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가꾸며 그것을 한꺼번에 성취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제 종교는 이전의 소망을 고쳐서라도 조금 더 오래 지속될 방법을 찾기보다, 마음을 다해 삶 자체를 긍정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은 언어를 포기하고 우리의 살아있는 일상어의 성격을 점점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요점을 더 잘 파악하게 되었다. 언어는 역사 속에서 서서히 진화하고 단어의 의미는 점차 변한다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낭만주의 이후 언어에 대한 현대적 이해가 발달했고 신화와 시, 철학, 일상의 언어 사이의 관계이며 순수한 개념이란 그저 생각이 내재화된 언어일 뿐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세상이 언제나 언어로 둘러싸여 있고 언어 안에서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은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알게 했다. 언어는 우리 생활 세상을 단지 구축하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우리 자신으로 살아가는 세상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우리 언어는 철저히 인간적이고, 우리의 것이며, 우리의 생활 세상이며, 유한하지만 경계는 없다. 우리 언어, 우리 자신, 우리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수록 우리는 ‘바깥없음성’, 즉 철저한 내재성의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언어를 말하는 인간이 아닌 존재(신, 외계인, 영 등)에 관한 이야기는 잘 차려입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위대한 종교들은 언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때에 설립되었기에, 신이 자신의 정신 속에서 우리의 언어로 경전을 작성해 천사들이 인간 서기관에게 받아쓰도록 불러주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들은 언어가 사회적이고, 인간적이고, 시간과 공간 속에 놓여 있고, 성별에 따른 구별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고 그래서 하느님이 자신들처럼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라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언어 자체만이 우리를 이 세상 일상생활의 종교로 움직이게 한다. 인간의 정신이 말없이, 침묵과 고요 속에서 저 바깥에 실재하는 하느님의 객관적 실재를 찾아 직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미숙한 믿음이고, 그런 주장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 언어 너머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요한 영역에 관한 모든 얘기는 매우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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