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1년에 수력으로 움직이는 대량생산 방적공장이 설립되면서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졌고 첫 번째 산업혁명이 멈출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힘이 되었다. 컴퓨터 발전의 가속화와 강력한 통신위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두 번째 산업혁명은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 사이의 ‘우주 경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매우 빠르고 값싸고 고용량인 데이터 저장 및 검색 수단, 통신수단이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열렸고 1990년대부터는 어디서든 열정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였다. 사업을 시작하거나 자기 생각을 공표하는데 값싸고 쉬운 인터넷 같은 새 기술은 세상을 단일 경제권, 단일 소통권으로 묶었고 어디서든 영어가 지배하게 했다. 

첫 산업혁명은 새로운 노동자 계급을 탄생시키는 강력한 세속적 효과가 있었고 문화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적인 민족적 종교적 전통을 사라지게 했는데 둘째는 훨씬 더 크고 빠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우 빠른 탈 전통화와 세계화를 전 세계에 걸쳐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보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동화로 인한 붕괴의 위험에 저항하는, 자기들만의 민족적, 문화적, 종교적, 언어적 동일성을 확인하고 지키기 위한 공동체 간의 다툼이 일어나면서 여러 형태의 ‘동일성 정치’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전통 종교의 신앙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맡으며 중심으로 소환된다.

오랜 기간 연관된 지역적 문화적 전통을 위해 종교가 소환되면 이 신앙은 일종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여겨지게 되고 정치적 충성을 나타내는 의무의 문제가 된다. 비이성적 충성을 종교에 바칠 것을 요구하는 가장 뚜렷한 형태가 근본주의다. 종교를 극단적인 민족주의 같은 것으로 바꿔 지키려는 이유는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지난 이삼 세기 동안 주요 종교 전통들 모두 지적 지위와 신뢰도 측면에서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근본주의가 점점 더 유일하고 그럴듯한 미래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 수준의 논리적 변증도 없고 새로운 예술에 영감을 주지도 못하는 낡은 종교들에게 ‘유물’이나 근본주의가 되는 것 말고 다른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미 너무나 세속화된 나머지, 낡은 신조를 정치적 생존과 독립을 위한 정치적 갈등의 이데올로기로 읽어야만 이해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종교의 유산을 자기들 목적에 맞게 전용함으로써 결국 기존 종교와 그 자신도 파괴하게 될 극단주의자, 근본주의자들이 우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화에 역행하는 모든 지역주의식 반응은 사그라들 것이고 새로운 종교관과 삶의 철학이 널리 퍼질 것이다.

두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바뀌는 것이 낡은 종교에 치명적인 이유이다. 정치가는 국가를 강하고 번영하게 하기 위한 철저한 이기주의자여야 하지만 종교적인 사람에게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종교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면서 메시아적 정치 이데올로기로 해석되는 것을 허용할 때는 그 종교의 최고 가치들이 끔찍한 이기적 충동에 의해 즉시 사라져 버리게 된다. 두 번째는 종교를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6천 년 전 도시 국가의 탄생 때부터 종교는 정치 권력을 인가하고, 시간과 공감을 정해주고, 사회적 충성심의 초점과 사회 통제의 도구로 기능했다. 그리고 누가 우리의 신이고 왕인지, 누구에게 순종하거나 싸워야 하는지, 우리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광범위한 문화적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반면 종교는 주로 수구적이며 지역주의적 목적에 사용되고 있다. 종교는 끊임없이 우리를 낡은 동일성으로, 낡은 형태의 억압과 낡은 적대감으로 돌려놓으려고 분투 중이다. 그래서 낡은 종교는 점점 더 미래의 인간 복지에 위협으로 여겨진다. 이제는 비정치적이고 온전히 세계화된 형태의 새로운 종교가 요구되든데, 과거의 종교들은 이미 죽었고, 그런 종교들을 대체한 정치화된 불쾌한 근본주의들은 오래 갈 수 없다. 결국 삶의 종교가 유일하게 남는 신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