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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희생양 (3)


(이어서) 두 번째 역사적 순간의 주인공은 마틴 루터이다. 루터는 유대인들에게 호의적이었지만 그들이 가톨릭교회의 부조리와 잔인함 때문에 개종하지 않는다며 재앙이고 유행병, 불운이라고 비난했다. 루터의 격렬한 반감은 종교개혁 이후에도 이어져 루터교가 지배적인 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시점에서 비극적인 왜곡이 이루어졌다.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를 통해, 이성이 과거의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새로운 민족국가는 종교가 아니라 시민법과 민법에 의해 결합되었다. 그러나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바뀌지 않았다. 유럽의 정신적 지도자들, 볼테르, 칸트, 피히테, 쇼펜하우어, 니체 같은 철학자들은 유대인을 ‘치사한 탐욕을 가장 역겨운 미신과 결합한 사람’, ‘사회의 흡혈귀’, ‘지상의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적 반유대주의는 매우 파괴적이었다.
1095~1945년에 이원론을 병적인 이원론으로 둔갑시키는 분리와 투사 과정을 잘 보여주는 두 개의 신화가 관심을 끌었는데 하나는 ‘피의 중상’이다. 유대인들이 기독교인 어린이를 죽여 그 피로 유월절 빵 ‘무교병’을 만든다는 신화이다. 이는 피를 불결하게 여기는 유대인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지만, 성만찬에 사용되는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예수의 살과 피라는 화체설(化體設)을 믿는 기독교인들은 이 신화에 투사하였다. ‘화체’라는 말과 ‘피의 중상’의 등장 시기가 일치한다.
또 하나의 신화는 ‘시온 장로 의정서’다. 러시아 비밀경찰이 만든 이 문서는 유대인들이 세계의 언론과 경제를 통제함으로 세계를 지배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회의록 형식인데, 허구적인 음모와 조작임이 밝혀졌음에도 ‘종족학살의 보증서’가 되었다. 러시아의 유대인들이 대학살의 트라우마를 겪고 반유대주의 법이 제정되어 수백만 유대인들이 서부 유럽으로 탈출했을 때 이 책이 출판되었다. 아무 권리도 갖지 못한 유대인 난민들이 비밀리에 세계를 지배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1917년 혁명으로 깨진 러시아 제국 부활의 꿈을 투사했다. 히틀러 역시 이 책이 조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용하였다.
이런 신화들은 오늘날에도 중동지방과 이슬람에서 받아들여졌다. 중동지방의 기독교인들은 19세기 초에 ‘피의 중상’ 신화를 받아들였다. 유대인에게 책임을 돌린 수도사 실종사건이 주목받아 촉발된 항의 시위는 오스만제국의 수사를 거쳐 그 비난이 잘못된 것임을 밝혀냈지만, 유대인에 대한 중상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악명 높은 사건들이 벌어졌다. 많은 사람이 ‘시온 장로 의정서’가 조작임을 알았음에도 계속 인쇄되었고 2002년에는 레바논 위성 TV 방송의 41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이는 세계 정복의 꿈 때문에 타인이 비난받을 때 사실은 자기도 원하지만, 자신은 비난받지 않기를 원하는 투사이다. 한 집단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그 집단이 그 적들에게 퍼붓는 비난을 자세히 살펴보면 된다.
유럽이 대량 학살을 반성하던 그때, 반유대주의의 두 신화 형태가 중동지방에서 다시 태어나 이슬람 전역으로 확산하였다. 이슬람에 파고든 반유대주의라는 종교적 혐오는 개방적 민주주의라는 이스라엘의 자부심을 종파적 민족적 차별로 오염시키고, 아랍 민족의 자유로운 제도들을 훼손할 것이다. 한 사회의 내부적 폭력을 외부로 투사하는 방식으로 희생양이 만들어진다. 기독교나 이슬람이나 내부 분열의 위기 앞에서 치명적 이원론을 선택했다. 외부의 적 때문에 내부의 응집력은 강해질지 모르나 무자비한 정치인들은 폭정과 억압을 유지하려고 과대망상을 심는다. 가장 자기희생적인 종교는 이때 동원돼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질적 희생자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 자체이다. 희생양을 만드는 방식은 ‘왜?’가 아니라 ‘누가?’를 묻게 하며 자존감을 보존하지만, 그때 평범한 사람들은 십자군, 종족학살자, 자살 폭탄범으로 둔갑한다. 원인이 아닌 희생양을 제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죽고, 희망은 파괴되고 혐오는 더 많은 희생자를 낳는다. 그리고 하나님은 통곡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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