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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천사와의 씨름 (3)


(이어서) 역할이 바뀐 것만이 아니다. 에서는 처음에 야곱이 전날 보낸 많은 가축 선물들을 거절한다. 야곱은 "아닙니다, 형님, 형님께서 저를 좋게 보시면, 제가 드리는 이 선물(minchah)을 받아 주십시오. 형님께서 저를 이렇게 너그럽게 맞아 주시니, 형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듯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므로, 제가 가진 것도 이렇게 넉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형님께 가지고 온 나의 축복(birkhati)을 기꺼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창세기 33:10~11)라고 간곡히 권하여 에서가 그 선물을 받는다. 이 말에는 왜 야곱은 처음에는 ‘선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축복’이라고 말을 바꾸었는가, 에서의 얼굴을 보는 것이 어떻게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에서가 ‘나는 넉넉하다’라고 말했을 때 왜 야곱은 ‘저는 모든 것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을까 하는 세 가지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얼굴’이라는 단어의 반복이다. 야곱은 밤새 씨름한 장소에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창세기 32~33장 전체는 계속해서 얼굴을 뜻하는 히브리어 ‘파님’(panim)의 다양한 변형을 보여주지만, 번역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에서와 야곱, 하나님 자신의 얼굴과 관련된다. 야곱이 아버지를 속일 때 이삭의 눈이 멀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력을 잃은 이삭은 에서로 속이고 온 야곱을 미각(맛보고), 촉각(만지고), 후각(냄새 맡고), 청각(목소리를 듣고)으로 신뢰하고 축복해준다. 그가 야곱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얼굴은 처음과 나중 장면을 연결한다.
우리는 비상한 문학적 현상 앞에 섰다. 표면적으로는 동생이 형을 밀어내는 형제자매 사이의 라이벌 관계의 단순한 이야기다. 그러나 기대했던 단순한 이야기에 어긋나는 것들이 계속 쌓이고 독자는 야곱이 아니라 에서에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한밤에 낯선 적대자와 씨름한 후 야곱은 뜻밖에도 역할을 뒤집어 땅에 엎드려 형에게 절을 올리고 ‘나의 주님’이라고 부른다. 에서가 어떻게 야곱을 공격할까 궁금하고 기대했던 독자들은 포옹하고 입 맞추고 함께 우는 에서의 상상 밖의 행동에 놀라, 사실은 야곱의 행동이 더 이상하다는 것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분노한 에서가 야곱을 죽일 작정이라는 것을 안 리브가는 두 명의 헷 여인을 아내로 맞은 에서가 부모의 근심거리가 된 것과 달리 야곱은 동족에게서 아내를 얻게 하자고 핑계를 대며 야곱을 피신시키려 한다. 야곱이 떠나려 할 때 이삭은 두 번째로 야곱을 축복하였다.(창세기 28:3~4) 이 두 번째 축복은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여 받아냈던 축복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첫 번째 축복은 재물(이슬과 기름진 땅)과 권력(형제를 다스릴 것)을 말하지만, 이번에는 자손들(생육하고 번성)과 땅(아브라함에게 주신 땅)을 말한다. 자손들과 땅은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언약의 축복이고 창세기의 지배적인 주제이다. 하나님은 비옥한 땅이나 형제를 다스릴 것이라는 약속을 하지 않으셨다. 재물과 권력은 언약과 상관이 없고 이스라엘의 운명의 일부가 아니다. 이삭이 야곱에게 해준 두 번째 축복은 아브라함이 받은 언약을 유산으로 넘겨주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미래에 언약을 이어갈 사람은 ‘바로 너(야곱)’라고 말한 것이다.
이삭이 야곱에게 두 번째로 축복할 때는 그가 야곱인 줄 알고 했다. 야곱은 변장하거나 속일 필요도 없었고 이삭은 상속권을 박탈하여 에서에게 넘겨줄 의도도 없었다. 에서는 강건한 사냥꾼이었고 부자지간의 상호적 사랑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삭은 에서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했고 그에게 적절한 재물과 권력의 축복을 주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것들은 영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이다. 많이 다른 두 아들들은 서로 다른 축복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야곱이 가로챈 에서의 축복은 결코 야곱에게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 이삭은 야곱을 위한 다른 축복을 남겨놓고 있었고, 그 축복은 나중에 두 번째 축복으로 그에게 주어였는데, 그것은 야곱이 아브라함의 언약을 이어갈 것이라는 축복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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