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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낯선 나그네 (2)

(이어서) 고전적 도덕 이론은 집단 내부의 이타주의적 행위를 설명할 뿐, 집단 너머의 이타주의적 행위, 즉 “나와 같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도덕적인가?”는 다루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고상한 감정을 타자에 대해서는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타인을 정복하고 개종하고, 산 채로 불에 태우면서 그들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종교(religion)는 결합한다, 묶는다는 뜻의 라틴어(ligare)에서 유래한다. 종교는 집단 내의 사람들의 연대성에 신성함을 부여하지만, 바깥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거나 관대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유일신론은 ‘완전히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의 믿음을 믿어야만 한다’는 중요한 조항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복하고, 하등시민으로 대하고, 천민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근본적이며 혼란스러운 역할 바꾸기의 과정이 필요한 이유를 발견한다.
집단 윤리에 반대되는 인도주의 윤리는 모든 상상력 훈련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 바꾸기를 통해 우리 자신이 우리가 경멸하거나 가엾게 여기거나, 단순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돼보라 한다. 세속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들과 달리 대부분 종교는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유일신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참 하나님께 나아가는 거룩한 길, 구원의 길은 하나뿐이기 때문에 타자를 타자로서 공감하는 것은 처음부터 배제된다.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믿는 사람과 동일시는커녕 개종의 의도가 있을 때만 접촉한다. 경계선을 유지하는 것은 종교의 거룩한 과업 중 하나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창세기 이야기들의 극단적인 급진주의를 이해할 수 있다. 언약 바깥에 있는 사람들, 즉 하갈, 이스마엘, 에서 역시 인간이며, 역시 사랑받고 있으며, 역시 하나님의 복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상상력을 통해 그들과 동일시하라고 요청한다. 출애굽 직후에 ‘낯선 나그네’에 대한 계명이 주어졌다. 낯선 사람을 돌보는 급진적 사상은 바로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 자신들의 사회와 국가를 건설하기 전에 유랑과 노예 생활을 경험해야 했던 이유이다. 낯선 떠돌이의 형편을 뼛속 깊이 알기 전에는 그들을 돌보는 일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매년 유월절마다 느끼는 낯선 떠돌이의 쓴맛은 자손들에게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것을 잊으면 결국 낯선 떠돌이들을 억압하게 된다. 그런 백성을 왜 굳이 하나님이 파트너로 삼으시겠는가? 히브리성서는 지식이나 감정이 아니라 기억에 주목하라고 한다. 기억은 역할 바꾸기다. 낯선 떠돌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너희가 한때 낯선 떠돌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상들의 형편이었고 역할 바꾸기는 성서의 오랜 가르침이다.
‘낯선 나그네와 임시 거주자’라는 말은 소유한 땅이 없는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의 장지를 구하는 장면인 창세기 23장에 처음 나온다. 지금은 묫자리도 없지만, 아브라함과 그 후손은 마침내 그들의 땅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창세기는 반복해서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레위기 25장 23절은 그런 기대를 박살 내고 그들이 영구적으로 임시 거주자가 될 운명임을 알린다. 후에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우고 깃발을 날리는 순간에도 다윗은 자신들이 낯선 나그네라고 말했다.(역대상 29:10~16) 언약 백성이 고향에서도 낯선 떠돌이가 됨으로써, 오히려 낯선 떠돌이들이 타향을 고향처럼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오경의 핵심 인물인 아브라함과 모세는 낯선 떠돌이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경륜 속에서 낯선 떠돌이를 온몸으로 구현하라는 특수한 임무를 받았다. 우리가 타인들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보통 공감, 연민, 지식, 합리성이면 충분하지만, 변화와 붕괴의 시대에 사람들이 불안하고 두려워할 때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특별한 방어가 필요하고 정체성의 핵심을 찌르는 성서의 기억과 역사를 말해야 한다. 우리는 한때 낯선 떠돌이들로서, 억압당하는 희생자들이었고 자유의 한복판에서 노예의 삶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역할 바꾸기와 기억은 인간의 영혼을 완전히 마비시켜버릴 수 있는 어둠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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