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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길  어둠을 벗삼기, 떨쳐버림과 받아들임 : 비아 네가티바 VIA NEGATIVA (부정의 길)

종교는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의지력을 사용하는 금욕주의로 비아 네가티바를, 고행으로 명상을 대체했다. 죄에 몰두하는 과장된 타락/속량론은 인간의 죄스러움만을 명상하게 하였고, 이때 예언자적 목소리는 묵살된다. 비아 포지티바가 우리 삶을 우주적 넓이로 확장한다면 비아 네가티바는 신적 깊이를 열어준다. 우리는 기쁨과 황홀만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에서도 우리가 우주적 존재임을 배운다. 빛으로 그려지는 긍정의 하느님과 어둠으로 그려지는 부정의 하느님은 결국 같은 하느님이다. 


[마당 11] 비움 :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침묵을 받아들임


하느님은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 훨씬 너머에 계시다는 것을 믿을 때, 오로지 그때 우리는 하느님을 참으로 안다.     - 토마스 아퀴나스

서양 문명권이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오색찬란한 빛으로 인간을 매혹하면서 종교도 빛을 지향하게 되었다. 어둠을 무시하거나 인간의 죄에 환원시키고 빛을 구원과 연결 짓는 감상적인 찬가들이 이 세계에 과도한 조명을 비추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어둠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소리, 이미지가 없는 것을 두려워하며 더 많은 빛과 이익, 영웅을 좇고 있다. 그러나 무릇 인격의 성장은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빛을 지향하는 영성은 피상적이고 표면적이지만 큰 나무를 땅 위에 세우고 자라게 하는 것은 깊고 어두운 땅속의 뿌리이다. 간, 장, 뇌 등 신비로운 우리 몸의 장기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일하고 우리 마음은 어둠 속에서 섬세하게 작용한다.
근대 서양 문명이 어둠으로 도피하려는 것은 사멸성으로부터의 도피, 이승의 삶을 떠나보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가부장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다. 어둠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곧 두려움, 분노, 성, 슬픔, 죽음, 미지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존재의 깊은 곳이 모두 밝은 빛을 받지는 않는다. 이것을 분명히 보기 위해서는 어둠 속으로, 내적 심연 속으로 기꺼이 잠겨들어야 한다.
어둠을 발견하고 벗하기 위해서는 무슨 특별한 수행 없이도 우리 삶이 이미 어둠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성찰하면 된다. 우리는 어두운 밤의 사랑의 순간에 잉태되었고 어두운 자궁에서 자라났지만, 그 어둠이 두렵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기원이다. 어두운 우리의 기원들에 대한 명상은 중요하다. 또 고통과 고난, 이별이나 죽음 등 관계의 단절도 신비와 어둠이 더불어 발생한다. 현대는 전례 없는 새 차원의 어둠에 직면해 있다. 인간 삶과 실존의 종말, 핵소멸 등 상상할 수조차 없는 어둠을 정면으로 대면하여 벗삼기를 하지 않으면, 이것들은 적이 되고 우리에게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명상, 이미지, 모상, 기획, 명칭, 존재와의 접촉을 떨쳐버릴 필요도 있다. 시간, 공간, 내면이나 외면의 이미지, 언어조차도 떨쳐버리고 비언어, 비음악, 비자아, 비하느님에 집중하고 가만히 있는 침묵은 중요하다. "하느님을 사랑하되 비하느님, 비정신, 비인격, 비표상이기에 사랑하라."(에카르트) 계획된 분주함을 버리고 침묵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더 나아가 하느님까지 떨쳐버리는 순수한 떨쳐버림에 이르러야 한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쉼으로 현존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그저 앉아 있거나 자연이나 음악, 시를 통한 황홀체험이 침묵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교통사고나 입원, 수감, 이별의 깊은 슬픔이 우리를 침묵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떨쳐버림은 비아 네가티바의 가장 확실한 명상 기술이다. 이 기술은 우리를 또한 잠겨듦의 영성여행으로 인도한다. '떨쳐버림은 하느님 안으로 떨쳐버림으로' 영원히 잠겨들어야 한다. 그러면 이 깊고 어두운 곳에서 특별히 거처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게 된다. '초본질적인 어둠'이신 하느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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